가수 조규찬

<이럴 때 생각나> / <잠이 늘었어>

by 유작가
<이럴 때 생각나> -조규찬


사랑에 무너진 친구의 넋두리 앞에

축제로 들뜬 밤 공원 앞을 지날 때

웨딩드레스 예쁜 신부 마주 보며

벅찬 새신랑 부러울 때


*이럴 땐 마치 다 꿈인 것만 같아

다신 널 볼 수 없다는 게

아직 그대로인 그리움이 날 찾아올 때*


무심코 너만의 습관을 내게서 볼 때

너 없인 낯선 너의 친구 마주칠 때

추운 날 서로 옷깃 여며주는

다정한 연인 바라볼 때

**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라지지 않을

그대로의 널 난 믿어왔어

그렇지만 난 몰랐던 거야 물거품이 된 거야


**마치 다 꿈인 것만 같아

다신 널 볼 수 없다는 게

아직 그대로인 그리움이 날 찾아올 때

어쩌면

모두 다 꿈일지도 몰라

다신 널 볼 수 없다는 게

아직 그대로인 그리움이 말해주듯이**

****

그리움들이 날 찾아올 때


돌아온 가수 특집. 오늘은 싱어송라이터 조규찬이다. ‘조규찬’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설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구지?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만큼 대중가요계의 숨겨진 핵인싸라고나 할까. (이 글 읽으면서 조규찬 아는 사람 있으면 조용히 발 들어 보세요) 잠시 조규찬의 앨범 히스토리를 살펴보겠다.


1989년 제1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대상 수상

<무지개>

1990년 Project group album‘새 바람이 오는 그늘’

1993년 1집 ‘따뜻했던 커피조차도’

1995년 2집 조규찬 2

1996년 3집 THE 3RD SEASON

1997년 4집 The 4th wind

1998년 조트리오 1집 ‘첫 만찬’

1999년 5집 Cho Kyu Chan 5

2000년 조트리오 2집 ‘Real life’


연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조규찬은 이미 80년대 후반에 뮤지션들에게 있어 더 이상의 영예는 없다고 여겨지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아티스트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히 인정받게 된다. 이어 ‘새 바람이 오는 그늘’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거쳐 93년 1집 앨범 <<따뜻했던 커피조차도>>를 발매한다. 이어 4집까지 왕성한 활동 후 형제지간인 조규천, 조규만과 함께 ‘조 트리오’를 결성하여 <눈물 내리는 날>, <먼 훗날> 등의 곡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오늘 소개할 두 곡은, 이후 그의 행보에 나타난 6집 앨범과 8집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먼저 <이럴 때 생각나>는 2001년에 발매된 6집 <<해빙>>의 9번 트랙. 이 앨범의 타이틀 곡 <Baby Baby>와 <Kiss>, <해빙> 등과 함께 아는 사람만 아는 명곡.


조규찬은 항상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하기로 유명한 천재 뮤지션이지만, 6집 앨범에서의 특이점은 타이틀 곡 <Baby Baby>가 대만에서 최고의 R&B를 구사하는 가수 ‘David Tao’의 노래(원제 ‘飛機場’)를 번안해 부른 최초의 곡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원곡의 멜로디와 리듬감이 매력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앨범의 타이틀을 해외 곡으로 리메이크해서 실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조규찬이라는 뮤지션이 얼마나 열려있는 사람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창작자들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르고 나면 자기 색깔이나 자기 가치관,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기 마련인데, 그것에 치우치지 않고 충분히 사람들이 좋아하고 공감할 만한 음악으로서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이 앨범은 2001년 7월 <<해빙>>이라는 제목으로 발매 후, 그해 11월에 <<Thank you>>라는 제목과 2CD의 형태로 다시 Repackage로 재발매가 되는데 이유는 조규찬이 세계적인 R&B 가수 브라이언 맥나이트와 함께 <Thank you (for saving my life)>라는 듀엣곡을 불렀기 때문이다. (사실 <Thank you>라는 곡은 본인이 매우 애정 하는 곡이고 가사가 좋아서 오늘 소개하려고 했던 몇 개 곡 중 유력한 후보였지만 이런저런 생각들로 밀렸다. 들어보셔도 후회 안 함)


사랑에 무너진 친구의 넋두리 앞에

축제로 들뜬 밤 공원 앞을 지날 때

웨딩드레스 예쁜 신부 마주 보며

벅찬 새신랑 부러울 때


이럴 땐 마치 다 꿈인 것만 같아

다신 널 볼 수 없다는 게

아직 그대로인 그리움이 날 찾아올 때


헤어지고 난 뒤에 한 때는 나의 연인이었던 사람이 생각나는 순간들. 그 순간들을 모아 노랫말로 적었다. 나처럼 같이 사랑에 무너진 친구의 넋두리를 들으면서, 폭죽이 터지는 공원 앞을 지날 때, 결혼식에 갔을 때, 너의 습관이 내게서 보였을 때, 어색한 너의 친구를 마주쳤을 때, 추운 날 서로의 옷깃을 여며주는 커플을 바라볼 때. 이럴 때 다 니가 생각나. 그리움이 날 찾아올 때. 나도 모르게 자동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잖아.


조규찬은 이런 당황스럽고 슬픈 상황을, 그만의 천부적인 감수성과 리드미컬하고 세련되게 이어지는 팝 적인 멜로디, 재치 있는 노랫말로 승화시켜 한 번 들으면 어느새 흥얼거리는 노래를 완성시킨다.



+조규찬의 <이럴 때 생각나>와 함께 추천하는 곡은 <잠이 늘었어>.


<잠이 늘었어> -조규찬


영화를 보고 싶어 졌어

친구가 보고 싶어 졌어

거울 속 날 피하지 않게 됐어

잠이 늘었어


커피의 향기를 즐기며

어여쁜 여인에 반하고

멋있게 날 꾸며보고 싶어 져

웃음이 늘어


*운동이 좋아 아침을 기다려

가능하면 밥은 거르지 않으려 해

너의 사진에 무표정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커피의 향기를 즐기며

어여쁜 여인에 반하고

멋있게 날 꾸며보고 싶어 져

웃음이 늘어


음악이 좋아 함께 듣던 노래도

처음 만난 그날도 무심히 지나가

요긴하다며 너의 선물도 써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너의 사진에 무표정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잠이 늘었어>는 조규찬의 8집 앨범 <<Guitology>>의 타이틀 곡이다. 앨범 명을 굳이 해석하자면 ‘기타로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8집 앨범의 가장 큰 변화는 곡 전체에 기타를 위한 사운드가 많이 들어갔다는 것과 그 조화에 집중했다는 것. 앞서 말했듯이 조규찬이라는 천재적 싱어송라이터의 색깔이 있는데, 물론 그 감성과 취향을 그도 우리도 백번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8집 앨범은 풍성한 기타음에 더욱 공을 들여 완성했다.


1989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수상을 시작으로 음악활동을 했다고 봤을 때, 올해가 30년째인 셈인데, 거의 이 정도면 음악의 달인 아닌가. 놀라운 것은 필자가 태어났을 즈음부터 조규찬은 노래를 시작했다는 것이고, 그가 한창 활동을 하고 이름을 날리던 시기인 2000년대의 앨범들은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것이다. 성숙하고 편안한 느낌이랄까. 하긴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생 때이므로 이미 음악을 시작한 지 10년은 흐른 뒤니까.


영화를 보고 싶어 졌어

친구가 보고 싶어 졌어

거울 속 날 피하지 않게 됐어

잠이 늘었어


커피의 향기를 즐기며

어여쁜 여인에 반하고

멋있게 날 꾸며보고 싶어 져

웃음이 늘어


*운동이 좋아 아침을 기다려

가능하면 밥은 거르지 않으려 해

너의 사진에 무표정해졌어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


<잠이 늘었어>는 그 제목부터가 어딘가 귀여우면서도 다정한 느낌을 준다. 노래를 들어보면 더 공감하겠지만, 자신의 일상의 소소한 변화들에 대해서 일기를 적듯이 말하고 있다. 헤어진 후에 모든 시간이 멈춰버려도 상관 안 할 것 같은, 암흑 같은 나날들이 끝나가고 있음이 느껴질 때가 언제일까. 무기력증이 걷히고 무언가 하고 싶은 의지가 생길 때가 아닐까. 너를 만나기 전에 내가 늘 혼자서 하던 일이 다시 하고 싶을 때. 영화도 보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고, 더 이상 거울 속에 나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게 될 때, 니 생각에 베개를 눈물로 적시며 잠 못 이루던 수없는 밤을 뒤로하고 이제는 잠이 늘었을 때.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싶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고, 옷차림에도 다시 신경 쓰고, 웃음이 는 것도 신기한데 안 하던 운동까지 좋아져서 아침을 기다리는 지경이라니. 가장 중요한 밥. 밥을 거르지 않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모든 나의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증거. 삶의 의욕이 이렇게나 충만해질 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이제 살만 하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 어퍼컷. 니 사진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나의 모습에 놀랄 때. 더 이상 울지 않고 무표정할 때. 문득 거울을 올려다봤는데 슬프지 않은 내 모습이 보일 때.


보시다시피 노랫말도 아름답지만, 영화의 장면 장면을 연상하는 듯한 몽환적인 멜로디도 <잠이 늘었어>의 매력. 이 곡은 실제로 조규찬이 8집 앨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라고 한다. 대중적이면서 음악성까지 겸비하는 노래를 만드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 그래서 지금까지도 조규찬의 노래가 나오면, 많은 리스너들이 그를 입 모아 칭찬하고, 하트 뿅뿅하는 눈과 쫑긋 세운 귀로 그의 음악을 듣는 것 같다.


조규찬 8집 앨범은 2005년 3월 31일에 발매됐는데, 공교롭게도 그 날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생일이기도 하다. <잠이 늘었어>라는 노래를 나에게 처음 알려준 나의 친구 선영이. 까칠하고 직설적이지만, 알고 보면 마음이 한없이 여리고 유리멘탈인 우리는 공통점이 많았다. 싸이월드에 BGM으로 깔아놓은 음악까지 취향이 같았다. (남자 취향은 달랐지만) 좋아하는 거리, 카페, 영화, 책... 나의 대학교 1학년 시절, 선영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나는 환하게 빛났고 우리는 아름다웠다.


많은 추억을 뒤로한 채 지금은 각자의 위치에서 글로 밥 벌어먹고 사느라 지치고, 현실에 싸우느라 넉 다운될 때도 많지만 그녀는 나의 영원한 친구고 우리 사이가 이미 끊을 수 없는 긴 터널은 지나온 관계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사실 <잠이 늘었어>를 들을 때 나는 나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 어떤 남자 사람을 생각하기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친구 선영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때로는 나의 직언으로 인해서 속상해할 때도 많지만, 누가 뭐래도 너는 나의 베프야! 이 글을 통해서 지금까지 함께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겨울 아침의 해방촌 거리에서 먹던 단팥 호빵과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마시던 천오백 원짜리 커피 맛이 아직도 기억나)


자, 이제 급 마무리. 특별한 방송활동 없이도 뮤지션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지금까지도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팬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귀를 즐겁게 하는 조규찬. 앞으로도 그의 찬란한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그 외 추천곡: 조규찬 7집 <<Single Note>>의

<Melody>, <마지막 돈키호테>

keyword
이전 17화Close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