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 임형주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이소라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쓸쓸해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나약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
그대가 내겐 전부였었는데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싫어
우우우 돌이킬 수 없는 그대 마음
우우우 이제 와서 다시 어쩌려나
슬픈 마음도 이젠 소용없네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쓸쓸해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나약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
그대가 내겐 전부였었는데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싫어
우우우 돌이킬 수 없는 그대 마음
우우우 이제 와서 다시 어쩌려나
슬픈 마음도 이젠 소용없네
2019년이 이제 3일 남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 곡만큼은 꼭 소개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라는 곡. 나는 이 곡을 1999년 이소라 Best 앨범에서 처음 듣게 됐지만 (내 기억 속의 띵곡들은 보통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으로 구성된다), 원래는 그보다 1년 전인 1998년 이소라 3집 앨범 <<슬픔과 분노에 관한>>에 수록된 곡이다.
3집을 낸 가수가 베스트 앨범을 낼 정도로, 이소라의 곡들은 주옥같다. <처음 느낌 그대로>, <난 행복해>, <기억해 줘>, <청혼>, <믿음>, <제발> 등. 그리고 성시경과 권진아가 불러서 너무나도 좋았지만 이내 마음에 질투의 불을 질렀던 곡 <잊지 말기로 해>까지. 그녀의 곡들은 하나같이 화려하지만 어둡고, 슬프지만 아름답다.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라는 곡도 발표된 지 1년 만에 베스트 앨범에 실릴 정도면, 이 노래로 하여금 리스너들이 느끼는 감동은 말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노래는 1991년 ‘빛과 소금’이라는 남성 듀오가 처음 부른 곡이었다는 것. 이소라의 감성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 노래가 원래는 남성의 목소리로 부른 원곡이 있었다니! 충격 반 설렘 반으로 들어보니, 역시나... 명곡은 원곡의 완성도에서 태어나고 그 견고함 속에 빛을 낸다.
내가 좋아하는 이소라의 곡들이 정말 많지만, 이소라라는 가수를 알고 싶다면 1999년 이소라 베스트 앨범과, 2005년 이소라 5집 <<SoRa's 5 Diary>>는 꼭 들어보길 추천한다.
그 많은 앨범과 곡들 중에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선곡한 이유. 그녀의 곡들은 항상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다. 애절함과 쓸쓸함, 간절함과 그리움, 불꽃같이 뜨거운 사랑 뒤에 검은 재만 남아서 이제는 애증이 되어버린 그런. 이름 모를 옛사랑의 그림자. 그녀가 데뷔를 한지 근 30년이 되었으니, 모든 곡이 한 사람만을 향하고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은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난 한 사람을 자꾸만 생각하게 하는 것은 왜일까.
떠나고 버려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 결국 제자리인.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같은 것. 그 모든 복잡한 마음들이 이 곡 하나로 다 설명이 되는 느낌이랄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차갑고 어둡고 긴긴 겨울밤을 혼자 보내는 사람에게 이 노래만큼 어울리는 곡도 없을 것 같다.
A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쓸쓸해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브릿지
나약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봐
그대가 내겐 전부였었는데
후렴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싫어
우우우 돌이킬 수 없는 그대 마음
우우우 이제 와서 다시 어쩌려나
슬픈 마음도 이젠 소용없네
A-브릿지-후렴구로 이루어지는 이 곡의 간결한 가사. A'로 돌아가는 가사도 없고, 새로운 가사 B도 없다. 고작 12줄. 시로 치면 1연 12행밖에 안되는데 감동은 120배, 1200배다. 나도 이런 시 같은 가사를 언젠가 꼭 한 번은 써보고 싶다.
노랫말 속으로 빠져볼까.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라고, 당신이 없는 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그럴 자신도 없을 만큼 당신이 내게 전부인데 이제 와서 떠난다고 하면 나는 어떡하냐고. 제발 아무 말도 말아달라고 눈물로 애원하는 나. 하지만 차갑게 돌아서는 당신의 뒷모습. 한때는 나만을 향해있던 한 사람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어서 떠나버리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 슬픈 마음도 이젠 소용없네.
2017년 7월, jtbc <<비긴 어게인>>에서 다시 만난 이 노래의 슬래인 캐슬 ver도 한번 들어보시라. 아일랜드의 고성 ‘슬래인 캐슬’에서 비긴 어스 네 명이 벌인 버스킹 공연은 수준급이었다. 당시 방송을 보신 분들은 갓소라니 뭐니, 차 안에서 절대 들으면 안 되는 노래니(펑펑 눈물바다가 되므로) 뭐니 난리가 났었다. 건반 유희열, 보컬 이소라.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농익은 이소라의 음색과 풍부한 감정. 더 이상 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
+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부른 또 다른 남성이 있다. 바로 팝페라 가수 임형주.
임형주 버전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는, 2014년 <<Finally (Repackage)>>라는 앨범의 12번째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말 그대로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오페라 명곡도 이 앨범에 몇 곡이나 수록됐음에도, 그가 부른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타이틀 곡이었다는 사실. 아마 임형주 씨도 오페라만큼이나 대한민국 가요계에 숨은 이 명곡을 정말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것임에 틀림없지 않을까.
남자가 불렀음에도, 워낙 음색이 곱고 감정처리가 깔끔해서 이소라의 곡을 들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팝페라 가수가 부른 가요라고 해서 거부감도 없었고, 오히려 오페라 혹은 뮤지컬의 한 장면에 수록된 좋은 Original Sound Track을 듣는 느낌이었다.
제발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밤은 너무 싫어
우우우 돌이킬 수 없는 그대 마음
우우우 이제 와서 다시 어쩌려나
슬픈 마음도 이젠 소용없네
이 부분에서는 약간의 연기(?)를 하는 듯이, 실제로 앞에 대상을 두고 떠나지 말라고, 니가 없는 밤은 너무 싫다고 떼를 쓰는 느낌마저 든다. 무튼, 남자의 감성으로 이렇게 세련되게 곡의 매력을 살려서 부른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참고로 저는 임형주 씨와 혈연관계도 아니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고, 팬클럽도 아닙니다)
이 노래에 얽힌 추억 하나 더. 2014년 12월, 성시경의 <겨울>이라는 콘서트를 제일 친한 친구 선영이와 함께 갔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경 오빠, 성 디제이를 실제로 눈앞에서 보고, 그의 꿀 성대가 빚어내는 노래를 듣는 귀 호강의 날이어서 정말 기뻤던 날. 하지만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검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직접 건반을 치며 나지막이 입을 열던 그의 모습.
익숙하지만 낯선, 그의 목소리로는 처음 듣는 곡이었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가끔씩 그때의 감동이 떠올라서 음원이라도 찾아서 듣고 싶은데 찾을 수가 없다.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기고, 내 가슴과 눈과 귀에 영원히 간직해야지. 슬~픈 마음도~ 이이이젠~ 소용 없네~
2019년의 아쉬움과 후회는 뒤로 하고, 다가올 2020년에는 더 기쁘고 즐거운 생각들만 하고 싶다. 우울하고 힘들고 슬픈 생각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위기 상황을 역전해서 이기는 영광의 피날레. 슬픔이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