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러버
스타벅스와 버거킹. 두 브랜드를 떠올렸을 때,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2023년 현재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F&B 브랜드? 아니면 미국에서 물 건너와서 한국을 빠르게 점령한 브랜드? 어떤 느낌이든 당신이 느끼는 그대로다. 바쁜 현대인들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쉼터이자 힐링의 공간. 거리에 수많은 카페와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있지만, 그중에 '스벅과 버거킹'을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이들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식음료 기업이기 때문이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 스마트폰만 켜면 바로 주문할 수 있는 앱을 가지고 있다. 스벅은 '가까운 매장'과 '자주 가는 매장'을 설정해 두면, 앱 첫 화면에 '나만의 메뉴'와 함께 매장이 뜬다. 1분 1초를 다투는 요즘 시대 고객들은, 이렇게 '사이렌 오더'라는 기가 막힌 디지털 서비스로 어느 때보다 여유 있는 커피 생활을 향유 중이다. 매장에 가서 직접 주문하지 않아도, 가는 중에 버튼 몇 개만 눌러 미리 충전해 둔 스벅 페이로 결제하면 끝. 나는 주로 아메리카노를 마시지만, 기분이 꿀꿀할 때는 아이스 카페라테에 바닐라 시럽을 추가해 '나만의 아이스 바닐라 라테'를 주문해서 마신다.
커피가 나오면 내가 설정해 놓은 이름대로, 우렁차면서 친절하게 외치는 직원의 목소리. "유작가님~ 따뜻한 오늘의 커피 나왔습니다~!" 아직 이용해 본 적은 없지만, 스벅 앱으로 홀케이크도 예약할 수 있고 머그잔이나 텀블러도 쇼핑할 수 있다. 스벅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이유는 어느 매장을 가도 동일한 커피맛도 있지만, 이렇게 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일찌감찌 도입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은 아닐까. (스벅 굿즈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버거킹 앱으로 가보자. 먼저 로그인을 부르는 멘트. "버거킹 회원이 되시면 회원 전용 무료 쿠폰과 멤버십 혜택을 드립니다." 그렇다. 버거킹은 실제로 회원이 되거나, 카톡 채널 친구 추가를 하면 어마어마한 할인 쿠폰이 자주 날아온다. (그래서 좋아하는 건 아니고) 이렇게 쿠폰을 아끼지 않는 것도 마케팅 전략 중 하나겠지만, 할인을 받아도 햄버거 세트 하나에 보통 8000원에서 9000원 대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남는' 장사일 거라는 확신이 아주 강하게 들지만. 어쨌든.
무료 쿠폰 혜택 외에 버거킹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두 가지 서비스. 매장에 미리 주문할 수 있는 '킹오더'와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딜리버리'. 햄버거도 이렇게 주문해서 먹는 게 편한 세상에 살고 있다니. 조선 시대 왕도 이렇게는 못 살았을 텐데. 디지털의 발달로 우리는 생각지 못한 편의와 호사를 정말 많이 누리고 산다. 너무 많이 누려서 사실 이게 얼마나 큰 문명의 혜택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버거킹 앱은 스벅보다 기능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일단 주문을 미리 할 수 있고 집으로 배달까지 와 준다니 고맙기 그지없기 때문에 일단 보너스 50점. 그리고 역시! 가까운 주변 매장을 검색해 주고 '드라이브 스루'가 되는 곳은 어느 매장인지도 나온다. 드라이브 스루... 나는 아직 차 없는 뚜벅이기 때문에, 그것을 체험해 본 적은 없지만 주문해 놓은 햄버거를 차 안에서 픽업해 떠나는 모양새가, 참 멋진 인생 같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버거킹뿐만 아니라 요즘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 들어가면, 모두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받는다. 밀려드는 주문에, 햄버거 조립하기도 정신이 쏙 빠지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정말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장님도 인건비 줄이니 좋고. 처음 키오스크가 나왔을 땐 할아버지들이 헤매시는 모습도 종종 보였으나, 요즘은 다들 곧잘 주문하신다. 2010년대 이후에 태어난 '알파 세대'들은 아기 때부터 이런 것을 보고 자랐을 텐데, 이들이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었을 때는 또 어떤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살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