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누릴 수 없는 것
그러니 더욱, 아침 산책을 좋아한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아침 산책
깨어있거나 깨어나고 있는 시간
지치지 않은 풀들은 여유롭고
온갖 소리들이 마음에 닿는 시간
코로 들어가는 아침 공기가
내 핏속을 돌아다니다 온몸에 박히거나
가슴이 부풀고 어깨가 펴지고
한걸음 한걸음에 깨어 나,
또 다른 나를 만드는 시간
숲 속 어딘가의 숙소
산책로가 따로 없는 길을 걷는다
어디로 가야는 지, 잠시
위쪽으로 위쪽으로 가본다
집이 보이고 펜션도 보이고 언덕 끝엔
예배당도 보이고 거기 너머는, 숲
거기까지 가다 발걸음을 멈춘다
내 몸속을 돌아다니던 소리들은 사라지고
쉽게 놀라고, 자주 놀라고, 깜짝 놀라는
나약한 나의 바탕이 드러나서
딱 거기까지만, 한 걸음 더 딛지 못하고
높은 담벼락도 지키는 사나운 이빨의 개도
아무것도 없지만 딱 거기까지만
걸음을 돌려 왔던 길만 오르락내리락
그러기만 몇 번째,
내려오는 길 자욱한 안갯속 새떼들
전깃줄에 죄다 무리 지어 앉았다
그중 홀로 있는 한 마리
보다 보니 사람의 뒷모습처럼 앉았는데
보다 보니 형체가 커지고 커져
시커먼 등만 보이며 내 앞에 앉은 듯
이상하다 생각이 무섭다로 바뀔까 봐
얼른 방으로 돌아갈까, 그러다 멈춘 발걸음
다시 숨을 들이켠다
콧구멍도 목구멍도 잔뜩 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