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손목이 갑자기 움직이지 않았다.
몸은 가끔 이렇게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전날부터 신호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이렇게 갑자기
내 손을 묶어버릴 줄은 몰랐다.
아점을 준비해야 하는데 난감하다.
나는 굶어도 괜찮다.
하지만 딸은 먹어야 한다.
그래야 한다.
딸은 간단하게 비빔밥을 먹자고 한다.
비빔밥을 좋아하는 우리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
맑은 계란국을 끓였다.
요즘은 따뜻한 국물이 당긴다.
오른손으로만 끓인 계란국과
딸이 야무지게 비빈 비빔밥.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비빔밥을
따뜻한 국물이 감싸 안았다.
한 끼,
무사히 넘겼다.
설거지는 딸이 해준다.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