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숟갈에 ‘헉, 맛있다’

달걀 두 알이면 누구나 요리사

by 빛글


냉장고를 열어보며 오늘도 내 머릿속은 ‘오늘은 또 뭐 해 묵나?’라는 말이 맴돈다. 하루 두 끼 챙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매일 고민일까. 이럴 땐 딸에게 SOS를 청한다.


“딸, 오늘은 뭐 먹을까?”


“오늘은 달걀덮밥 어때요?”


입맛이 없거나 딱히 메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생각나는 요리!


'달걀덮밥'


간단하게 달걀 풀어서 기름에 살짝 볶아내고 간장과 참기름만 넣어 밥에 쓱쓱 비비면 간단할 것을. 딸에게 좀 더 맛나게 해 주고픈 마음에 손이 바쁘다.



달궈진 팬에 코코넛오일이나 라드유 넣고 잘게 다져놓은 양파를 먼저 볶는다.

양파가 반쯤 익었을 때 달걀을 깨서 팬에 올리고 휘휘 잘 저어 풀어준다.

한 숟가락 정도의 간장을 넣고 달걀을 살살 저어가며 익힌다.

싱겁다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달걀이 익었을 때 송송 썬 파나 부추를 넣고 잘 섞이도록 저어준 뒤 불을 끈다.

생들기름이나 참기름 조금 넣어주면 고소한 맛과 향의 끝판왕!



그릇에 밥을 꾹꾹 눌러 담고 완성된 달걀을 살포시 얹는다.

그 위로 통후추 갈아주고 파슬리가루와 바질가루 뿌려주면 고기반찬 부럽지 않은 한 끼 완성이다.


요리가 워낙 간단해서 기대하지 않고 한 숟갈 입에 넣었는데


“헉”


숨소리인지 감탄인지 모를 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이거 너무 맛있잖아"


딸은 평소에도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달걀덮밥이 너무 맛있어서 냉장고 열고 왜 고민했나 싶다. 특별한 레시피도 아니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평범한 한 끼에 딸도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오늘 나는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살아보니 작고 단순한 것에 위로가 된다. 창가에 드는 햇빛을 보거나 누군가 툭 던진 한마디에도 위로가 되는 그런 날이 있다.


“밥은 먹었어?”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위로는 놓치기 쉬운 방식으로 다가온다. 오늘도 밥을 짓고 밥상을 차리며 별거 아닌 한 그릇에 충분히 괜찮았던 하루를 보냈다.


한 숟갈에 ‘헉, 맛있다’는 감탄에 나는 다시 살아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