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용 달력을 볼 때마다 느끼는 부분은 무척 예쁜 그림이 많다는 것. 예뻐서 소장하고 싶지만 보관만 하고 잘 보지 않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올해 달력 중 ‘이건 정말 소장해야 돼!’라고 점찍어둔 주인공이 있다. 혹여 그림에 흠집이라도 생길까 사용하지도 않고 꼭꼭 숨겨둔 달력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00년 인기 드라마 <가을동화> 속 그림의 주인공 이수동 화백의 작품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에 대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극 중 준서(송승헌)라는 인물이 그린 그림으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어떤 그림이었는지 궁금하다.
보고 있으면 기분 좋아지고, 따뜻하고 나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는 그런 그림이나 사진을 좋아한다. 달력에 담긴 그림을 보고 이수동 화백에 대해 더 알고 싶어 검색을 해 보았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그분의 얼굴을 보니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있는 모습 같았으며, 수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나의 눈이 호강 제대로 한 것 같다.
이수동 화백의 그림이 담긴 2020년 탁상용 달력
어쩜 자연과 사랑을 그리 예쁘게 표현하셨을까. 맑고 파란 하늘과 솜털 같은 뽀송한 구름, 나무에 가득 모여 노래하고 있는 듯 보이는 형형색색 꽃들의 신비로움,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하나 된 마음으로 사랑을 속삭이는 예쁜 연인, 자작나무의 행복한 향기가 느껴지는 풍경, 시원한 폭포가 쏟아지는 계곡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이야기, 그림 제목처럼 ‘다 함께 차차차’를 함께 외치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듯 보이는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들.
바닥과 뚜껑(안쪽)
바닥(안쪽)과 정면
감탄사가 마구 쏟아지는 예쁜 그림을 어떻게 하면 자주 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휴지함이 떠올랐다. 2009년에 만들었던 휴지함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었는데 뚜껑과 바닥이 닳아서 너덜너덜하다. 뚜껑의 접히는 부분은 여러 번 보수 작업을 했었다. 종이로 만든 작품이지만 꽤 오래 사용한 것 같다. 정이 많이 든 물건이고 마음이 약해 버릴 수 없었는데 그 휴지함과의 인연은 여기까지! 과감하게 결정하고 다시 전체 보수 작업에 돌입했다. 뚜껑과 바닥만 떼어내고 아직도 단단한 본체에 새롭게 하얀 옷을 입힌 후 그림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새롭게 태어난 휴지함
오랜만에 만들어보는 작품이라 여기저기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림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완성된 휴지함을 보니 자꾸만 그림에 시선이 간다. 오래도록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휴지함을 더욱 소중히 사용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