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닌 부모 환경 안에서 자란 독립적인 존재다. 창작자의 고유한 생각과 감정, 표현이 깃든 예술 작품처럼 우리는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한다.
아이의 인격 또한 저작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자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소중히 여기듯 아이의 인격과 감정 또한 존중받아야 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거늘 너무 쉽게 침범당한다.
부모와 어른의 역할은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서 응원해야 한다. 부모와 어른은 아이가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의 색으로 삶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존재이다. 사랑이라는 말로 아이를 간섭하고 통제하고 더 나아가 아이의 인격을 부모와 어른의 기대에 맞춰 무단 편집하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부모와 어른의 역할이다.
상처로 무단 편집된 아이의 감정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슬프고 억울한 아이의 감정이 처절하게 외면당하고 상처 입은 인격으로 어른이 되었다면 상처 입힌 부모와 어른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인정’이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외면했던 것. 울어도 괜찮고 화내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고 아이의 감정을 철저히 무시했던 것을 인정해야 한다.
창작자(아이)의 저작권을 철저히 무시하고 그 창작물을 무단으로 훔쳐 내 것 인양 편집해 사용했으면 그 잘못을 우선 인정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폭력과 폭언으로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면 과연 용서를 구할 자격이 있는지 되물어야 할 것이다, 아이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것, 빨리 괜찮아지길 바라는 마음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음을 부모와 어른은 깨달아야 한다.
내면아이의 상처는 감정이 무단으로 침해당한 상태다. 아이의 감정 저작권이 무지한 부모와 어른의 태도에 의해 무단 편집되고 삭제된 것과 같다. 상처 입은 아이의 인격에는 더 단단한 저작권이 필요하다.
아이가 잊고 넘어가 주길 바라기 전에 스스로 과거를 직면하고 무릎 꿇고 사과할 용기를 내야 한다. 부모와 어른의 책임은 완벽한 보호가 아닌 아이에게 상처를 남겼을 때 책임지는 태도에 있다. 아이가 자신의 인격을 다시 소유할 수 있도록 아이 앞에서 솔직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진짜 사랑은 존중이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인격에도 저작권이 있음을 인정하자. 어른이라면, 부모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아이의 인격은 그 아이의 것이다. 아이의 인격이 무단으로 편집되어서는 안 된다. 그 누구라도 아이의 인격을 무단으로 편집할 자격 없다. 그게 부모라도 말이다.
아이는 창작자이고 아이가 만들어내는 모든 행동, 표현, 말, 감정, 의사(의견), 예술, 인격 등 그 어떤 것도 그 아이의 창작물이고 아이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시간 속에서, 나는 우리 아이들의 감정이 부모의 무지로 얼마나 쉽게 편집될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글은, 나와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그리고 스스로 원하는 색으로 그려갈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 그것이 어른 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