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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Apr 04. 2016

# 여행 더하기 학교

가방을 메었다.

가방 속엔 물과 기록할 다이어리, 나의 손을 가장 많이 탄 묵직한 카메라가 나와 같이 떠날 채비를 하고 등 뒤에 타올랐다.

내가 가방을 멘 것도, 떠나려고 한 것도 우연과 인연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마주칠 수 없었던 아슬아슬한 시간차를 두고 만난 연인처럼 그렇게...

아이들이 빌려온 책을 간당간당 대출 마감일을 남겨놓고, 아이들이 하교할 두어 시간을 남겨놓고 서둘러 갔던 도서관 엘리베이터 안에서 안내지를 본 것이다.


짧고도 탈 때마다 어색한 시선이 시선이 머무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행학교라는 단어만 보고 팸플릿을 핸드폰으로 찍었다. 한참 글쓰기 동기가 생긴 요즘, 글쓰기를 알려준다는 것도 좋은데 그것도 여행 학교라니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마음을 뗼 수 없었다


 



#여행학교에 모인 사람들

나는 몇 번이고 입안에서 중얼거렸다.

여행학교, 여행학교.  여행 그리고 학교. 한참 그 단어를 따라 여행을 가는 상상을 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어릴 적 학교를 생각만 해도 두꺼운 정석 책이 먼저 떠오를 만큼 네모난 공간에 닫힌 세상을 기억한다면 왠지 단어만으로도 세상 밖을 새처럼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자유로움이 펼쳐지는 상상을 했다.


딱 6주. 나는 화성 여행학교 1기 교육생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이 모였을까? 어떤 생각으로 왔을까? 첫 수업에 말로만 듣던 진짜 활동 작가분들이 강의를 해주셨다. 칠판에 적혀있는 글자와 작가분의 글쓰기 강의가 귓가에 동시에 들리고 보는 일에  아득함이 밀려왔다. 내가 언제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나에게 거꾸로 물어보고 싶었다.


저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사진 찍기를 잘 하고 싶어 하는 분들, 여행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의 짧은 자기소개에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실습여행을 떠났다

여행지는 화성시 문화관광지이며 전곡항, 한미요 배씨 토가, 궁평항, 매향리, 우리 꽃 식물원이다.

실습이라는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가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여행지의 정보를 찾아보고 그곳에 가서도 마음은 정말 여행작가처럼 무얼 담을까 머리와 손은 바빠졌다.

이번 여행은 정보성 여행기사 원고를 작성하는 실습여행이다.

평소 감성적인 글쓰기를 쓰던 나에게는 색다른 과제이기도 하고, 더 중요했던 건 카메라 작동을 모조리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한 것이었다.

여행 작가가 책에 넣는 사진 스타일을 배웠지만 오래 익숙해진 나의 시선은 눈 앞에 자잘한 것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루 사이에 돌아보느라 빠듯하기도 했지만 푸른 바다와 형형색색 꽃들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면 매향리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공군 전투 훈련을 하기 위해 50년이 지날 때까지 포격과 사격 훈련을 한 곳이라는 것에 평화와 대비되는 역사의 시간이 물들어 있던 곳이었고 아픔이 서려있는 현장이었다. 

매향리에 가보면 시뻘건 녹슨 무기들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덤덤해지는 의아함과 동시에 나이 지긋하신 동네 할머니께서 해설사가 되어 설명해주시는 모습 앞에서 숙연해지기도 했다.


# 공간

이번 과제에 제출할 사진들을 찍는 것이 미션이었지만, 내심 나의 렌즈에 찍힌 건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늘 그 자리에서 있던 상인 들의 모습도, 이번 여행 학교로 모인 사람들의 다양한 연령층들이지만 관심이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인 사람들의 공간 속에서, 그들의 눈빛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멀리서 쭈뼛거리기도 하고, 용기 내어 다가가기도 하며 그들의 세상에 정중하게 들어가고 싶었다..


어느 글귀에서 봤던 이야기처럼

내 감정이 많으면 타인의 감정이 들어오지 못하고

내 노래가 많으면 타인의 노래가 들리지 않으며

내 향기가 진하면 타인의 향기를 느끼지 못한다는 그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장 제출할 이번 주 품평 글과 사진이 과제이긴 하지만 마음속에서 내가 아닌 누군가를 하루도 생각하지 않고 살지 않았던 것처럼, 렌즈 너머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과 잘 설명된 한 줄의 글을 적는 일 못지않게 여행 더하기 학교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짜 여행하듯이 들어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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