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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Apr 07. 2016

# 이름값

이름이 주는 건. 어떤 느낌일까?

문자가 날아왔다. 아이의 피아노 학원에서.

학원비를 내려고 처음 가져왔던 명함을 볼 때마다 궁금한 게 있었다.

처음 이름이 볼펜으로 지워지고 새로운 이름이 그 밑에 쓰여있는 것에 대해서... 

어제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 앞에서 서있다가 선생님과 얘기들을 나누다 그 명함 속 이름에 대해 생각난 김에 여쭤봤다. 뜻밖에 돌아온 회신.

"아 그거 둘 다 제 이름이에요? 하나는 집에서 어릴 적부터 부모님이 불러 주신 이름인데 개명을 했어요."


개명.

개명이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닐 만큼 심심치 않게 주위에서 이름이 바뀌어버린 사람들을 마주한다.

아주 가깝게는 우리 이모.

이모를 이모라고 부르지 이름까지 넣어서 부르지는 않지만, 바뀐 이름을 가지고 나타나 그렇게 전화기에 입력을 하고 그렇게 부를 때마다 이모가 이모가 아닌 것 같은 낯설고 어색했지만 자꾸 불러야 자연스러울 것 이므로 꼭 이름까지 넣어서 누구 이모라고 불렀다.

이모가 개명을 한 이유는 자꾸 몸이 아프고 하는 일이 안돼서 작명소에 가서 바꾼 이름이라고 하셨다.

사실 제일 처음 개명이라는 단어를 알게 된 건 국민학교 때 나의 짝꿍의 엄마도 자꾸 몸이 아파서 이름을 바꿨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아리송한 기억이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름은 정말 특별하지 않은가

형체만 있고 이름이 없다면 가수 누구의 노래처럼 '너의 의미'가 불분명해진다.

 


이름을 가지고 얘기를 하자면 나도 할 말이 참 많은 사람이다.

남자 같고, 순박하며, 왠지 경복궁이 뜬금없이 생각나기도 하며 거기다 발음 나는 대로 부르면 경보기가 돼버려서 소방서까지 연상이 되는 다의어 같은 나의 이름.


쉴 새 없이 불려졌던 이름인데 꼭 누구는 한 번쯤 다시 내게 물어봤다.

"본인 이름이세요?"

"네 제 이름이에요."


몇 주 전 치과에 갔을 때 서너 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나를 앞에 두고 "이경복 님!.."

" 네 저예요."

간호사가 흠칫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저는 어느 아버님 이름인 줄 알았어요."


나의 이름을 향한 세상의 반응들에 익숙해졌고, 오히려 그들과 함께 나의 이름을 논하고 있으니 이것을 여유라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한참 사춘기 시절. 선생님이 교탁 위에 올려놓은 출석부를 보면 의식적으로 이름을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아주 무의식적으로 이쁘고 세련된 이름을 부르며 마치 내 이름인 양 부르며 좋아했다.

"아 좋겠다.. 나도 이런 이름이었다면.. 서채린, 홍예린, 천여림. 흔했던 지혜라는 이름마저 나는 갈망했다."

성인이 되어서 장난반으로 나도 개명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절대 안 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싱겁게 할 테면 하라고 하는 엄마, 아빠의 반응해 오히려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그게 무관심으로 느꼈다기보다 기운 빠지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이경복(공경 경, 복 복)

뜻을 풀어보자면 공경받고 복을 받으라고 하신 것인지, 공경하면 복을 받는다인지 아빠는 아직까지 정확한 설명을 해주시지 않으셨다. 어떠하건 사람들이 좋아하는 복을 나는 늘 달고 산다. 경복.


시골에서 도시를 갈구하는 것처럼

순박한 내 이름에 차도녀의 향기는 찾을 수는 없지만

개명을 하고 싶었으나 나의 유일무이한 이름으로 살아갈 것이다.


부르면 좋은 이름을 위해 비싼 돈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평생 불리는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도 되지만 적어도 나는 이 이름을 가지고 이름값을 하며 살고 싶다.

누군가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축복을 할 수 있는 마음으로.

정말 이름 값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덧붙여 이곳에 수많은 작가분들의 이름에는 어떤 이름 뜻이 숨겨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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