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복 Mar 29. 2016

 # 작가. 브런치 첫 글을 적으며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6년 3월 25일 금요일 12시 46분 메일이 날아왔다.  

그때 나는 한참 초등학교 입학을 하여 분주한 아이의 엄마로 때마침 하교할 시간에 맞춰 터벅터벅 교정에 서있었던 참이었다.

메일 알림을 받고 서둘러 읽던 굵은 글씨의 메일 제목은 내 마음속 고스란히 굵게 새겨졌다.

알고 있다. 작가라고 하지만 진짜 작가는 아닌..

그렇지만 나의 마음은 그 단어에 민망하면서도 수줍었고 설레면서도 기대하게 했다.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다가 쓰는 것 못지않게 읽는 것의 기쁨을 느끼다가 어느 기자의 글이 브런치에서 있는 걸 봤다. 그래.. 그 사람 정도라면 이런 곳에 쓸만하지 않겠어?

그리고 쭉 그의 글들을 정독했다. 브런치라는 단어는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교나 유치원으로 보내고 먹는 자유 시간에  상징처럼 브런치와 작가라는 단어의 조합은 음식과, 자유와, 글쓰기 이런 것들이 같이 연상이 되었다.


시간이 나던 때 그 작가의 댓글이나 관심 작가라는 것들을 열어보다가 마치 여러 겹의 상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이름도 모를 그들의 글들을 읽어갔다. 마치 계속 빠져나올 수 없을 놀이동산의 미지의 세상처럼 마음은 두근거렸다

글쓰기가 이곳이 처음 공간은 아니다. 여전히 지금도 쓰고 있는 블로그도 있지만 브런치라는 공간이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그것이 매력 있게 다가왔다.


어릴 적 일기 쓰기 숙제가 끔찍하게도 싫었던 나는 다 큰 어른이 되어서 싸이월드라는 그곳에 일기를 적었고 일상을 적기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그런 것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열풍이었기에 얼결에 생긴 것이었다.


오랫동안 글쓰기는 정말 다이어리나 나만 볼 수 있는 노트에 꼭 꼭 숨겨놓고 봐야 할 일들을, 자기의 일과를 다른 사람도 다 보는 곳에 적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마음을 적어놓은 글들에 진심을 담은 댓글들을 볼 때마다 행복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게 글을 잘 쓴다고 얘기도 해줬다.


그 말이 얼마나 좋았는지 마음에 부여잡고 행복했다.

오래도록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살았는데 내 마음속엔 왜 이렇게 잘하는 것이 없는 걸까 자책하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씨앗처럼 마음에 희망이 돼주었고,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발견이기도 했다. 내게 글쓰기는 그랬다.


브런치 작가 이 공간에 처음으로 글을 적으려니 생각보다 주저하게 했다.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어떤 주제로 얘기를 써야 할까 브런치 내 이름 밑에 나의 소개글을 적는데 며칠을 썼다 지웠다가 했다.

내 브런치 이미지가 될 것이고, 이 단어에 내 글을 읽어줄 누군가를 향해 눈에 띄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르겠다.


시작에 앞서 다른 분들의  첫 글을 찾아 읽으니 무척이나 공감이 갔고, 그들도 처음 나의 마음과 같았으리라는 생각에 평소 썼던 것처럼 마음에 진심을 담아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누가 나의 글을 읽어줄까?

누가 반응해줄까?

이런 물음에만 마음이 향한다면 글 한 자를 적을 때도 마음 편하지 않을 것 같다.


솔직하고 진심이 통하는 글이라면, 나의 마음을 정리하고,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으로, 고마움으로 글을 쓰고 대한다면 어느 날 소리 없이 봄날의 햇살처럼 이 공간을 기억해줄 사람도 있을 것이리라 기대해 보련다.


글은 손이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것임을 진심으로 믿는다.

그리고 진심은 꼭 통하게 된다고 덧붙여 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