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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Mar 31. 2016

# 오프닝
"살아있는 글이 살아있는 가슴에"

 

야심 차게 브런치를 만들고 나서 첫 글의 설렘과 함께 머릿속이 온통 브런치로 꽉 차 버렸다.



첫째 누가 와서 읽어줄까?

둘째 누가 댓글을 달아줄까?

셋째 그리고 구독자


이것이 뭐라고 컴퓨터 앞을 서성이며.. 그러다 마침내 아이들이 다 잠이 들고 난 밤. 다른 날 같았으면

빨리 쓰고 싶었지만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그런 남편이 아주 놀란 듯이  "왜 그래"

그의 모습에도 밤이 되면 노트북에 뭔가 쓰는 모습이 익숙했다는 걸 그의 반응에서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네이버 블로그에 기록하고 생각을 쓰고 할 때와 다르게 작가 브런치 북의 시작은 아무 글이나 주제 없이 쓸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정말 책의 한 페이지처럼 그렇게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


브런치가 아직 낯설어서 손이 가는 대로 이것저것을 눌러보다가 생각이 많아졌다.

메인창에 뜨는 구독자가 많은 인기 작가님들이나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분들 의의 글 앞에  급격하게 왜소해지는 마음에, 다시 접고 원래 있던 구석 블로그에 다시 들어가 있을까? 그런 생각마저..

이러려고 시작한 건 아니라는 내 안의 부딪힘에 하루 내내 끙끙거렸다.


                "물음: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고 글을 써야 하는가?"


 일찍 잠을 청하려고 누웠다가 이 물음이 머리 속에서 마음을 향해 외치는 것 같았다.


"그래.. 이곳은 정말 나처럼 글로 써가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 " 그건 경쟁이 아니다. 그리고 평가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렇치만 은연중에 어느 식당에 사람들이 많으면 그 집이 맛있나 보다 하고 그 많은 사람들이  비좁은 곳을 향해 들어가는 것처럼 인기 작가의 공간으로 향할 지도 모르겠다. 나도 들어가 보니 정말 글이 잘 읽혔고

또 다른 구독자가 되었다.

어제 처음 나의 구독자 숫자가 "1"이 되었다. 시작하고 첫 독자. 이런 기분이었던 걸까? 마치 100명의 독자가 있는 듯이 기뻐했더니 남편이 그렇게 좋으냐며 내 웃음을 토닥여주는 듯이 바라본다.


"걱정하지 마.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겨날 거야."

그의 말은 의례적인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꼭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이 실려 내게 돌아온다.


이제 브런치 첫 글처럼 페이스북에 연결해서 브런치 글을 올리지는 않으려고 한다.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작가분들에 세계에서 묵묵히 써갈 것이다.

나를 몰라도 살아있는 글이라면 다가올 것을 믿으므로...


언젠가 인천에 헌책방에 갔다가 책 냄새가 가득하던 그곳에서 이런 글을 봤다.

"살아있는 글이 살아있는 가슴에"

그 단어를 읽어가면서 멍하니 그 앞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살아있는 글이 살아있는 가슴에..


글에 무한한 종류와 주제의 다양성이 가득함을 이곳에서 수많은 책의 종류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감성 짚은 에세이들도 있고 잘 관심도 없었던 것들을 이제라도 알아보고 싶은 것들도 참 많이 있다. 살아있는 글의 정의를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지만 조금씩 쓰면서 마음으로 느껴지는 그것을 향해 적기로 했다.


그리고 평소 라디오를 즐겨 들으며 청취자의 오랜 향기를 이 브런치 글에도 접목해보려고 한다.

라디오 작가는 아니지만 라디오 작가처럼.

나의 첫 오프닝은 라디오처럼  계속 쓰일 것이고 언젠가  끝이 나는 클로징처럼 마침표도 있을 것.

그리고 난 늘 기억할 것이다.


                           "살아있는 글이 살아있는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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