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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Apr 12. 2016

# "왜 쓰려고 하세요?"

              (작가에게 듣는 작가, 여행학교 3주 차)

"왜 쓰려고 하세요?"

"여행 기록을 해서 자신이 쓴 것을 다른 누군가가 보면 도움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다시 누군가를 향해 질문을 하려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왜 쓰려고 하세요?" 나는 그 질문에 왜 고개를 숙였을까


여행학교 3주가 지나갔다.

칠판에는 '여행 에세이 쓰기' 가 굵게 적혀 있었다.

첫 시간에는 사진을 어떻게 찍는지 알려주는 작가분이 나타나셨고, 이번에는 감성적인 에세이를 쓰시는 작가분이 나타나셨다.


시를 쓰고 싶다면서 시를 읽지 않으면 안 되고, 에세이를 쓰고 싶다면서 에세이를 읽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작가분의 얘기에 귀가 쏠렸다.

많이 읽고(다독), 많이 생각하며(다상량), 많이 써보라(다작)


강의를 듣는 내내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작가분의  표정과, 생각, 말.. 에 집중하게 됐다.

서른 명의 여행학교 교육생들에게 작가분이 제일 먼저 질문한 건 "왜 쓰려고 하세요?"였다. 그리고 말끝에 그의 흐려진 대답에.."다 부질없어요"라고 하는 얘기가 들렸다



이미 책을 여러 권 내신 작가분의 얘기 속에서 알 수 없는 허무함이 스쳤지만 다음 실습여행에 동행하게 되면 그 얘기에 대한 사족을 듣고 싶어 졌다.


그리고 두번째로 휙 가볍게 던지듯이 하는 얘기에 "글은 노가다예요"  

나는 그의 처음과 두 번째 말에서 내가 생각한 작가의 기쁨과 보람을 찾을 수 없는 것 같아 기운이 빠졌다.

이어 나오는 설명에 나는 그 분의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했다.


"글은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고 하지만, 수없이 많이 생각해야 적을 수 있어요"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흘려버리지 않는가?

기적 같은 일이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특별한 일은 누군가만 일어나지 않아요. 늘 생각해야 합니다." 


오늘의 브런치 글을 적기 직전까지 깊은 슬픔에 담가져 있었다.

두 달 전만 해도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던 분이 돌아가셨다는 얘기에 속울음이 새어나왔다.

이상했다. 큰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렇게 나는 울지 않았으니깐.. 가족이었지만 많이 보지 못하고, 많이 얘기 나누지 못해서 그런지 큰아버지의 부재가 사람의 대한 연민으로, 아빠에게 형이 없어졌다는 측은함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하며 잠시의 슬픔이 전부였는데... 달랐다.


두 달 전에 잡아주셨던 그 손의 체온이 느껴지는데, 나를 마주 봐주셨던 그 눈동자를 여전히 기억하는데..

나의 어린 시절을 다 알고 계시는 그분이 눈을 감으셨다.

"쓴다는 건 때론 가혹하다. 아니 안 쓰면 그만이다.." 툭 물건 집어넣듯이 접어 넣으면 그만이지만

그 여행 작가님의 이야기처럼 이것을 부질없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눈을 뜨면 보이는 사람들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어제와 같이  창밖에 꽃들과  낮의 밝기 안에서 살아간다.

울고 다닐 수도 없고, 내가 슬프다고 가만히 내버려두어 달라고 말할 수도 없는 하루니깐.

마음은 슬프지만 아이들에게 웃는 엄마가 필요하고, 남편에게 잘다녀오라고 웃으며 배웅해줄 하루가 필요하니깐..

내가 즐거울 때 다른 누군가는 가장 슬픈 시간일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미운 사람일 수 있으며, 하루라도 잘 살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 속에서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살아간다.

이 세상은 그래도 이렇게 지나간다.

데칼코마니처럼 나의 삶이 다른 누군가와 같은 호흡으로 동일한 시간으로 살아갈 사람들은 있을까?


묵직했던 마음들을 꾹꾹 접어놨다가 꼬깃해진 마음을 펴서 자판위에 적어봤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떡해서든지 잘 살아가야 하는 경건한 하루일 것만 같았다.

희노애락이 얼마나 더 많이 우리들 곁에서 살아갈 것인가

하루를 잘 적어야 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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