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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Sep 11. 2016

#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는 이야기가 있다

 

언젠가 라디오와 관련된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쪽으로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기록하기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고 살아가는 내게, 어떻게 보면 조금 유별난 습관이 생겼다.

보통은 어떤 책을 읽거나, 혹은 라디오를 듣다가 마음에 스며드는 글귀들을 바로바로 그때 메모해놓는 습관이 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무언가를 하다가도 다 놓고서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놓은 것이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 나의 암기력을 믿다가 반나절만 지나가도 뭐였더라 다시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 것들의 시행착오로부터 찾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하나 더, 이번에는 줄곧 듣는 애청 라디오를 듣다가 나올 시간에 맞춰 녹음을 하는 것이다.

어쩔 때는 여유 있게 라디오 앞에서 기다렸다가 녹음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씻기거나 다른 방에서 하다가도 익숙한 타이밍에, 혹은 그 무엇이 나오는 신호처럼 나오는 라디오 음악이 나올 때면 후다다닥 달려가서 녹음기를 빛의 속도로 켜서 녹음을 하고 있었다.

조금은 유별난 것이긴 하지만, 종종 나의 기록에 대한 습관들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면 후회가 남기보다는 잘했다고 느꼈던 쪽이 더 많았다. 

보통은 녹음한 것들은 때때로 블로그에 글쓰기 주제들이 되기도 하고, 라디오를 들은 것들을 기록하다 보니 더 깊은 여운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도 했다.

덕분에 라디오는 조금 더 나에게 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되어 가고 있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라디오에 사연 적어서 보내기. 이것도 글쓰기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게 굳이 왜 하는가?라고 누군가 반문한다면.."그냥 좋아서"라고 말하고 싶다.

아주 오래전 좀 더 일찍 라디오 세상을 알았더라면, 라디오 작가를 꿈꿔봤을 텐데.. 지금 생각해봐야 별 소용없는 것들은 잠깐 생각하고, 가장 큰 본질은 좋은 것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택한 나의 최선책이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간 라디오를 듣다가, 요즘도 듣는 모든 라디오 속에 얘기들에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가 곧 라디오 속의 모든 이야기들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더 깊이 있게 느껴본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라디오 속의 이야기들은 참 따뜻해. 희망적이야. 감성적이기도 해. 감동적이기도 하고, 살아갈 또 다른 방법들을 알게도 해주잖아.

그런데 내가 살아갈 적에는 그렇게 방송에서처럼 그대로 그 느낌과 다른 이유들은 왜일까?"


느껴지지 않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너무 가까이 있는 것들이라서, 한 번 더 돌아서 라디오 속에서 이야기들이 조금 떨어진 시야로 바라본 세상이라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다.

아침에 눈떠서 잠들기 전까지 일어나는 모든 일상들이  특별할 것 없는 것들에도 그것 자체로도

특별하다는 것들을 말이다.

엘리베이터에서 그날 처음 보는 내게 누군가 먼저 건넨 "안녕하세요?"라고 말을 건네는 이웃의 기분 좋은 인사 한마디, 음식을 나누는 이웃, 아이가 내게 다가와 건넨 구겨진 색종이 편지, 거리를 지나가다가 본 무언가에 대한 감상들, 열거한 것 말고도 참 많은 것들이 무심히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진행이 되고 있다.


늘 있는 하늘을 보다가 느꼈던 마음들도, 집안을 대청소하다가, 누군가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마음속에 담아둔 얘기들을 쑥스러워서 하지 못하는 사랑의 고백들도  다 우리들의 삶이자, 라디오 속에 방송 이야기들이 된다.

꿈을 실현하는 이들의 용기도, 절망 그 자체인 진흙탕 속에서 벗어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내 살기도 바빠서 생각하지 못한 이들의 안부를 궁금해할 수 있는 마음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고마움들도 모두 다 라디오 듣기가 취미인 것에서  마음에 다가왔던 따스했던 기억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는 얘기들처럼, 어제 얘기했다고 오늘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라디오에는 그 날 그날 할 말도, 들을 얘기들도 모두 다 다르다. 아니 어느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올 적도 있지만 그때와 다른 생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들이 생기기도 한다.


방송을 듣다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거나, 가족과 영영 이별을 하거나, 그렇게 살아있음들이 정지된 것에는 이야기들도 이제 멈춰진다. 그 사람을 추억을 할 수는 있지만, 앞으로의 이야기들은 모두 그렇게 정지.

 호흡이 있는 한 살아간다는 건 바닥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늘 곁에 있다는 것이구나 생각하자 이런 생각들도 들게 된다.


그 이야기들이 있는 나의 시간들을 어떻게 쓸 것인가?

나태하고, 굳어진 마음 그대로, 될 대로 되라고 적는 이야기가 아니라, 추억에 빠져들듯이

아니면 감성적인 시처럼, 마음을 울리는 노랫말처럼, 희망찬 의지, 혹은 감동이 있는 에세이처럼 그렇게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마음의 선택이 된다.

그렇다고 마음에 방황들이라고 해서, 마음 아파한다고 해서, 혹은 아무것도 것도 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훌훌 놓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들조차 다 쓰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들에도 나름의 가치들이 있기에 모두 덮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미 나의 마음 아픈 것들도 이렇게 기록을 하면서 새롭게 정리가 되기도 하고, 그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마음들이 되기도 하니깐.


언젠가 적어놓았던 기억하고 싶은 오프닝 멘트를 옮겨 적어 놓으며, 다시 시작하는 오늘 아침

나의 마음속에는 어떤 오프닝 멘트를 적어볼까 생각해본다.


어떤 사람이 사랑을 파는 가게에 가서 가격을 물었대요

1년짜리 사랑이 얼마예요  열정이요

3년짜리 사랑은 이해

10년짜리 사랑은 믿음을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래요

그렇다면 평생 할 수 있는 사랑은 대체 얼마일까요?

평생 사랑은 열정과 이해, 믿음을 넘어서 희생이라는 값을 치러야 한대요

늘 나만 이해하고, 나만 속 끓여야 하는지 가끔은 사랑하는 일에도 힘이 들고 지칠 때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우리 이렇게 사랑하는 건 어떨까요

진득하게 사랑하는 게 원래 그렇게 좀 비싼 거라고

그렇게 값비싼 사랑을 위해

오늘도 크고 작은 헌신을 아끼지 않는 분들 음악풍경이 응원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좋은 음악과 얘기 함께 나눠요                                                              (경기방송 지화진의 음악풍경 오프닝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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