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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Oct 04. 2020

#라디오 감성, 그리고 말

(CBS 음악 FM,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예쁜 말 많이 듣는 사람은 점점 예뻐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보고 메모를 해놓았어요. 이유는 공감이 가서였어요.

"자주 듣는 말이 몸에 새겨진다"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져요.

그 말속으로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에게는 "라디오"가 생각나요.



유년기 저희 집은 젖소를 키웠어요. 사람처럼 삼시 세 끼를 줘야 하는 소들이 있어서 엄마 아빠는 눈만 뜨면 우사로 향하셨어요.

소똥 냄새가 나는 곳, 울리는 라디오 소리, 우사는 그렇게 기억되었어요. 트로트가 주로 흘러나왔고 듣고만 있어도 잠이 깰 DJ들의 경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어요. 자주 듣다 보니 내 입에서 듣던 노래를 부르고 있더라고요.

"부기부기 기타부기, 삼다도란 제주에는 아가씨도 많은데~~~"

듣는 것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었어요.

수능을 준비하던 때도 대학 기숙사에 머물던 때도 결혼을 하고 덩그러니 아이와 둘 하루 종일 집에 있을 때도 라디오를 들었어요.


요즘도 저는 라디오를 들어요.

글씨를 쓸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밥을 할 때도, 청소를 할 때도. 산책을 하면서도 들어요. 오래 듣다 보니 라디오만의 감성이 주는 것과 프로그램마다 시그널처럼 쓰는 문장이 있다는 걸 알아갔어요.

그중 CBS 라디오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에는 이런 말로 시작해요. 오프닝이 끝나고 "들리나요 선물 받은 하루의 시작"

어떤 날은 정말 선물 같은 날처럼 들리고, 어떤 날은 썩 좋은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이 말을 다시 들으면서 마음이 순화되는 것 같았어요.


"들리나요 선물 받은 하루의 시작"

오늘도 선물 받은 하루의 시작이구나.. 듣는 날이면 마음에 맴돌아요.

유년기 나도 모르게 귓가에 스며든 트로트가 노래로 흘러나왔듯이, 지금의 내게는 라디오 속의 감성과 무수한 단어들이 마음속에 꽉 차서 글자들로 적어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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