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복 Jul 23. 2021

#생각나는 음식들의공통점

밥하는 게 힘들어질 때 다시 펼쳐보고 싶은 글

주방에 서서 글을 쓰고 있다.

한쪽에서는 지글지글 고등어가 구워져가고 있지. 

며칠 전부터 고등어 구이가 생각났다. 

왜냐고? 할머니가 해주셨던 거야. 

새벽같이 출근을 하셨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주방에는 할머니의 음식들이 있었어. 

그중에 하나가 고등어구이였다. 집안을 가득 채운 고등어 냄새가 어떤 포근함을 주었다.

알아서 꺼내 먹지 못할까 봐 출근하시고 전화를 하셨지.

"거기 뭐 있으니까 먹어"

조금 컸을 때는 알아서 해 먹지 못한다고 이만저만 타박을 하셨지만

할머니의 밥상은 그야말로 마음이었다. 

바빠도 건강한 음식들이 가득한 밥상. 


결혼 전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내가 엄마가 되었으니까. 

엄마가 엄밥이라 느껴질 만큼 밥은 엄마의 숙명이자 사명 같은 것이라 느껴진다.  

첫째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메뉴, 떡볶이, 돼지고기 김치찌개

둘째가 좋아하는 메뉴 순두부 찌째, 잔치국수, 찜닭(그중 당면)

아빠가 좋아하는 고등어조림, 된장찌개

그럼 엄마가 좋아하는 메뉴는 뭐냐고? 


호두과자.(중학교 때 휴게소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호두과자 아저씨가 챙겨주셨던 것, 세상 꿀맛이었어)

피자(엄마의 언니, 그러니까 이모가 월급날이 되면 사주었던 피자가 얼마나 좋았는지 지금도 피자가 먹고 싶은 건 그 때문일 거야)

어묵볶음(어린 시절의 웃픈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

초밥(아빠가 프러포즈하던 날 사주던 것. 초밥이 그렇게 맛있었는지 처음 알았어)

고추장떡(할머니가 비 오는 날이면 해주셨던 음식이었어. 지금도 비가 오면 코끝에 부침개 냄새가 떠올라 만들어 먹는 것이지)

짜장(할머니가 손수 밀어서 면을 만들고 춘장을 볶아서 만든 것)


이렇게 적어보니 음식은 먹는 것만이 아니라 추억을 만들어내고, 추억을 먹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음식을 먹으면 누군가가 생각나고, 그때의 시간들 속으로 여행을 한다. 

며칠 전부터 음식에 관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 말이 쓰고 싶었구나...

앞으로도 밥과 엄마는 한 세트처럼 따라다니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면 밥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배가 고파질 때 너희들을 든든하게 채워줄 한 숟가락.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반찬 한 젓가락. 

엄마가 해준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하는 그 말 한마디에 요리책을 뒤적인다. 엄마의 마음을 읽어줄 날이 아직 멀었지만, 그렇게 마음을 부르게 할 맛있는 추억들이 가득해졌으면 좋겠다.


ps. 덧붙여 고백하자면...이렇게 늘 하고 싶다만 몸이 버거워질 때 , 밥하기 힘들어질 때

    반찬가게 찬스도 종종 이용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을 쫓기지않고 살아가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