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미용실에서 내 지갑도 같이 잘림》

머리보다 얇아진 건 내 잔고 – 강남역에서 자본주의를 씹다 3화 –

by 라이브러리 파파

형이 이번엔 진짜 할 얘기가 많다.


머리 좀 다듬으려고 강남역 미용실에 갔어.
검색해보니까 ‘디자인 컷’ 28,000원.
조금 비싸지만 강남이니까.
그 정도는 감수했지.


근데,
입장하자마자 내 머리보다 내 지갑이

더 털릴 거란 걸 직감했어.



먼저 샴푸.


“두피 스케일링 추가하실까요? 요즘 각질 많으시죠~”
(…아니요, 제 인생에 각질보다 각박함이 더 많아요.)


드라이할 때


“모발이 얇아졌어요. 클리닉 하셔야 해요.”
(네, 잔고도 얇아졌어요. 그건 안 고쳐주시나요?)


마무리 즈음
“앞머리 펌 하면 더 인상이 또렷해져요~”
(형은 지금 인상 써지고 있어.)


그리고 계산서.
디자인 컷 28,000원
스케일링 25,000
클리닉 40,000원
앞머리 펌 20,000원

= 총 113,000원*

내 머리보다 얇아진 건 내 잔고였고,
더 무거워진 건 내 정신이었지.

근데 묘하게 기분은 좋아.

거울 보면서
“오~ 좀 괜찮은데?”
하는 그 착각 하나로 오늘도 나는 위로받는다.


이건 미용이 아니라,
감정 복구 서비스야.

이런 생각이 들어.


“우리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면서
자존감을 붙이고,
고정비를 늘리고,
자본주의의 손질에 순순히 고개를 맡긴다.”


형이 오늘 배운 것.

강남역에서 머리를 자르면 기분은 좋아지지만,

통장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또 다음 달을 각오한다.


동생아,

“가위는 머리카락만 자르지 않아.
자존감, 통장, 소비 인내심까지 싹둑싹둑.
근데 이상하게도… 또 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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