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 말고 착붙을 원해요 – 강남역에서 자본주의를 씹다 4화 –
요즘 거울을 보면
뭔가 흐릿해. 시력 때문만은 아니야.
나 자신이 흐릿해.
그래서 결심했어.
"이번엔 진짜 괜찮은 안경 하나 사자.
좀 있어 보이고, 좀 당당해 보이고."
강남역 브랜드 안경점 입장.
직원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셀럽? 하하 나는 셀럽은 아닌데, 형이 끌렸다.
안경테 딱 써봤는데,
“어… 근데 왜 난 그냥 공부 못하는 대학원생 같지?”
직원은 말한다.
“이건 얼굴형 보다는 분위기가 받쳐줘야 돼요~”
(그럼 형은 지금 뭘 받치고 있는 거야… 대출인가?)
“이거 어울릴 것 같아요!”
직원이 가져온 두 번째 안경.
가격표를 슬쩍 보니…
안경테만 380,000원.
렌즈는 별도.
렌즈는 언제나 별도.
렌즈는 영혼과 같다. 따로 판다.
결국 형은
프레임 + 렌즈 + 코팅 + 시력 검사 + ‘요즘 유행하는 렌즈 디자인’까지 해서
총 512,000원.
형 얼굴 위에 얹은 건
금속이 아니라 자존감이었고,
계산한 건 카드가 아니라 미래의 나였어.
하지만 기분은 묘하게 뿌듯하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맛?!
이건 패션이 아니라, 위장이다.
불안한 마음에 씌운 방어막.
형은 오늘도 한 번 더 배웠다.
강남에서는 내 얼굴보다 브랜드가 먼저다.
어울리는 걸 찾는 게 아니라, ‘있어 보이는 걸 찾는다.’
그리고 결국, 나보다 안경이 더 존재감 있다.
동생아,
“안경 하나 바꾼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아니, 세상은 안 달라지고
카드 값만 늘어난다.
그치만… 달라진 나를 보고 싶어서, 또 쓰게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