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돈보다 무거운 게 있다
데이트 전날까진 설렘이 80%, 걱정이 20%였어.
근데 강남역에 도착하는 순간 비율이 바뀐다.
걱정 80%, 설렘 20%.
왜냐고?
오늘 형의 통장이 준비가 안 됐거든.
1. 점심 – 강남역 파스타집 (1인 19,000원)
2. 카페 – 시그니처 음료 (1잔 8,200원)
3. 영화 – 2인 예매 (27,000원)
4. 디저트 – 티라미수 + 아메리카노 (15,000원)
이미 8만 원 돌파.
그리고 형의 한숨도 돌파.
“오늘은 반반 하자고 말할까?”
“아니야, 분위기 깨잖아.”
“그럼 이번만 내가 할까?”
“그럼 다음은?”
“다음은… 다음 통장이 결정하겠지.”
데이트 비용 분담의 무게는
돈의 무게보다 관계의 무게가 더 크다는 거야.
카드 긁을 때는 그냥 ‘결제’지만,
마음속엔 ‘의도’와 ‘미안함’,
그리고 ‘눈치’가 같이 긁히거든.
근데 묘한 건,
집에 돌아와서 카드 명세서를 보는데…
속이 쓰리면서도, 그날 웃던 얼굴이 자꾸 생각나.
이게 참 무섭다.
감정이 기억을 포장해버리거든.
데이트는 감정이 쌓이고, 통장은 줄어든다.
돈 얘기는 꺼내기 어렵지만, 안 꺼내면 더 어려워진다.
무거운 건 영수증이 아니라 마음이다.
“오늘은 나중에 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결국 못 했다.
왜냐면… 보고 싶었으니까.”
《명품 브랜드 매장, 문턱만 밟고 나온 이유
–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시험하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