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비 오는 날의 손님 ― 빗소리와 함께 들어온 마음
빗방울이 유리창에 맺히고,
방울 아래로 작은 물줄기가 줄지어 흘렀다..
창밖 골목은 잿빛이지만,
그 위에 부드러운 안개처럼 비가 내려
모든 것을 조금 더 온화하게 감쌌다.
가게 안에는 은은한 꽃향기와
빗소리가 어울려 묘한 평화를 만들고 있었다.
로미는 창가에 기대어
작은 손수건으로 유리창의 습기를 닦았다.
비 오는 날은 대개 그렇게 조용했다.
그때, 가게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문 위에 달린 작은 종이 살짝 울렸다.
빗물이 묻은 우산을 접으며
한 남자가 천천히 들어왔다.
그의 어깨와 머리카락 끝에서
작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바닥에 작은 점을 만들었다.
로미는 순간
빗소리 위로 섞여 들어온
낯선 발걸음에 귀를 기울였다.
“안녕하세요… 혹시 작은 꽃다발 만들 수 있을까요?”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망설임과 단단함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로미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네, 어떤 꽃다발 원하세요?”
그는 잠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가
다시 로미를 바라봤다.
“딸이요. 오늘이 생일인데… 직접 가지 못해서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빗소리와 로미의 심장이
묘하게 같은 박자로 뛰고 있었다.
그 말속에 담긴 사연을
굳이 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멀리 있는 딸,
혹은 함께하지 못하는 무언가의 사정.
로미는 진열대 앞으로 가서
연한 분홍빛 장미를 꺼냈다.
하얀 리시안셔스를 곁들여
작고 둥근 안개꽃으로 감싸 부드러운 형상을 만들었다.
꽃 하나하나에 손길을 얹을 때마다
그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랐다.
포장을 하며 로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꽃이, 빗소리를 뚫고
그 아이에게 무사히 닿기를.’
마지막으로 작은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아버지의 마음을 대신 전할
짧지만 온기 있는 한 줄을 썼다.
“오늘은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날이야.”
그 문장을 쓰고 나니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어쩐지 오늘은
비마저도 축하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꽃다발을 건네받은 그는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받으며
짧게 웃었다.
“고맙습니다. 이 빗속에도 꽃은 참 따뜻하네요.”
그 말이 로미의 마음을 부드럽게 덮었다.
그가 문을 나서자
가게 입구 근처엔 빗방울 냄새와
꽃향기가 묘하게 섞여 남아 있었다.
로미는 그 향기를 잠시 더 느끼고 싶어
문을 닫지 않고 서 있었다.
창밖으로 그가 골목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로미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 뒷모습에 담긴 무언가가
마치 오래전 자신이 기다렸던 풍경처럼 느껴졌다.
손님이 떠난 뒤,
로미는 가게 불을 조금 낮추고
작업대 앞에 앉았다.
바깥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유리창 너머로 흐릿한 골목 풍경이 그림처럼 번지고 있었다.
빗소리는 여전히 잔잔했다.
그러나 그 속에 남겨진 마음 하나가
천천히, 그리고 따뜻하게
가게 안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로미는 일지를 꺼내
오늘의 기록을 남겼다.
‘비 오는 날,
누군가의 마음을 대신 전한 꽃다발.’
그 밑에 한 줄을 더 적었다.
‘빗소리도 축하의 일부였다.’
그 순간,
밖에서는 다시 종이 울리고 있었다.
누군가 또 들어오려는 기척.
아마 오늘은 예상보다
더 많은 봄이 이 빗속에서 피어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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