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사장님은 중학생입니다》

11화 《내가 피운 봄은, 너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집 앞, 봄비가 머물다 간 자리에

작은 물웅덩이가 반짝였다.
로미는 조심스럽게 가게 문을 열었다.


비가 씻고 간 공기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바닥엔 라일락 꽃잎 몇 개가 붙어 있었다.

어제 밤새 내린 비는
꽃들을 무겁게 만들었지만,
어느 것도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하게 피어 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로미의 눈에,
그동안 꾹 참아온 어떤 마음이 스르륵 내려앉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어제 만들어 놓았던 드라이플라워 장식이 벽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에는 엄마가 오래전에 써둔 메모지 한 장.
'꽃은 말이 없어도 위로가 된다.'

엄마의 글씨였다.
조금은 기울어진,
그러나 따뜻한 그 필체.

로미는 괜히 목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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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천천히 가게 한쪽 구석에 앉았다.
며칠 전, 병실에서 엄마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로미야, 너의 꽃은... 이상하게 사람 마음을 건드리더라.”
엄마는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만든 꽃다발을 받고 눈물 흘린 간호사 선생님 봤어.”

그 말은 로미의 마음 깊은 곳에 조용히 남아
계속해서 자라고 있었다.
마치 말 없는 씨앗처럼.


오전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다.
손님은 거의 없었다.
로미는 그런 하루가 오히려 고마웠다.

화분의 흙을 가만히 손끝으로 만지며
며칠 전에 심은 씨앗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했다.
라벤더 옆에서 자라는 그 초록 줄기.

그리고 그 곁에는
로미가 손글씨로 쓴 네임택이 꽂혀 있었다.
‘용기’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작은 소녀가 들어섰다.
다섯 살쯤 되었을까.


수줍게 엄마 뒤에 숨어 있던 아이는
진열대 위의 노란 튤립을 보고 살짝 웃었다.

“저거, 해님 같아...”

로미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조용히 노란 튤립을 한 송이 꺼내
작은 포장지에 싸서 아이에게 건넸다.

“오늘은 네가 해님이야.”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조심스럽게 꽃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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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을 보는 순간,
로미는 확신했다.
자신이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

누군가의 하루에 봄을 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오후가 되자 햇살이 창문 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꽃들이 햇빛을 받으며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특히 라넌큘러스는 오늘따라 더 생기있어 보였다.


그걸 보며 로미는
엄마가 했던 마지막 말 한 마디를 다시 떠올렸다.

“너는 꽃처럼 자라는 아이야.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모두 너다운 방식으로 하렴.”


그 말을 마음에 꾹 눌러 담은 채
로미는 오늘의 꽃다발을 만들었다.

이름 모를 들꽃 몇 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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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리시안셔스,
핑크빛 왁스플라워,
그리고 마지막에 라벤더 한 줄기.


이건 어떤 특별한 사람을 위한 게 아니었다.
오늘은
자신을 위한 꽃다발이었다.


로미는 포장을 끝내고
작은 카드에 글을 적었다.

“내가 피운 봄은,
너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 문장을 적고 난 뒤
눈을 감았다.
그리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은 조금 울어도 괜찮은 날이었다.
그리고 내일도 다시 웃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꽃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에서 시작되어
다른 누군가의 마음으로 옮겨간다.

그걸 만든 손이 누구이든,
그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꽃은 반드시 피어난다.


그날 저녁,
로미는 일지를 꺼내어 이렇게 썼다.

“봄이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내 손끝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이 한 줄을 덧붙였다.

“그 봄의 시작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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