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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의 시간》

5화. “엄마는 누구의 딸이었을까”

by 라이브러리 파파

나는 엄마를 '엄마'로만 기억한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른,
누군가의 뒷모습으로만.

하지만 엄마도
분명 누군가의 딸이었을 것이다.


ChatGPT Image 2025년 9월 9일 오전 01_18_23.png

처음 그 생각을 한 건,
외할머니 장례식장에서였다.
검은 옷을 입고 조용히 울던 엄마는
그날 유난히 작아 보였다.


항상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엄마가
“엄마…” 하고 부르며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제야 가슴을 파고들었다.

엄마도 누군가의 품에 안겨 울었을 것이다.
사춘기엔 말대꾸도 하고,
몰래 울기도 하고,
먼 미래를 꿈꾸며
작은 일기를 쓰던
그런 소녀였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엄마는 엄마가 되었을까.


결혼을 하면서?
나를 낳으면서?
아니면 어느 날,
스스로 이름을 버리며?

나는 엄마의 소녀 시절을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다.
엄마의 좋아하는 색,
첫사랑 이야기,
어릴 때 꿈.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엄마는 나에게 수없이 물어봤다.


“오늘은 어땠어?”
“밥은 먹었니?”
“친구랑은 잘 지내?”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그런 질문을
단 한 번도 돌려주지 않았다.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나에게 덧입히고 있었다.

이제 나는 궁금하다.
엄마의 시간들.
엄마라는 이름 이전의 삶이.


언젠가 꼭 묻고 싶다.
“엄마, 엄마는 어떤 딸이었어요?”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음을, 나는 너무 늦게야 깨달았다.”


6화 예고
“엄마는 늘 내 뒤에 앉아 있었다”


졸업식, 발표회, 운동회…
내 앞에 서서 자랑하던 기억은 없지만
뒤에서 조용히 박수 치던 사람은 언제나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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