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엄마는 누구의 딸이었을까”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어른,
누군가의 뒷모습으로만.
하지만 엄마도
분명 누군가의 딸이었을 것이다.
처음 그 생각을 한 건,
외할머니 장례식장에서였다.
검은 옷을 입고 조용히 울던 엄마는
그날 유난히 작아 보였다.
항상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엄마가
“엄마…” 하고 부르며 주저앉는 모습을 보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제야 가슴을 파고들었다.
엄마도 누군가의 품에 안겨 울었을 것이다.
사춘기엔 말대꾸도 하고,
몰래 울기도 하고,
먼 미래를 꿈꾸며
작은 일기를 쓰던
그런 소녀였을 것이다.
결혼을 하면서?
나를 낳으면서?
아니면 어느 날,
스스로 이름을 버리며?
나는 엄마의 소녀 시절을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다.
엄마의 좋아하는 색,
첫사랑 이야기,
어릴 때 꿈.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오늘은 어땠어?”
“밥은 먹었니?”
“친구랑은 잘 지내?”
하지만 나는
엄마에게 그런 질문을
단 한 번도 돌려주지 않았다.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나에게 덧입히고 있었다.
이제 나는 궁금하다.
엄마의 시간들.
엄마라는 이름 이전의 삶이.
언젠가 꼭 묻고 싶다.
“엄마, 엄마는 어떤 딸이었어요?”
졸업식, 발표회, 운동회…
내 앞에 서서 자랑하던 기억은 없지만
뒤에서 조용히 박수 치던 사람은 언제나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