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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의 시간》

6화. “엄마는 늘 내 뒤에 앉아 있었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운동회 날이었다.


내가 달리기 출발선에 서 있을 때,

정면엔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었고

관중석 어딘가에선

엄마가 손뼉을 치고 있었을 것이다.





졸업식 날,

나는 무대 위에서 상장을 받으며

앞만 바라봤다.

무대 아래 어디선가,


엄마가 조용히 박수 치고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늘 내 앞에 있지 않았다.


항상 뒤에 앉아 있었다.

사진 속에서도,

무대에서도,

어린 시절 내 모든 장면 속에서도

엄마는 중심이 아니었다.

항상 그림자처럼

한 걸음 물러나 있었고,

내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들을

뒤에서 지켜봐주었다.

나는 엄마에게

“왜 앞으로 오지 않았어?”

“왜 내 옆에 없었어?”라고

묻고 싶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엄마는

나를 더 잘 보기 위해

뒤에 앉아 있었던 거라는 걸.


그 자리에서

내가 넘어지는 것도,

웃는 것도,

기뻐하는 것도,

속상한 것도

전부 다 보이니까.


그런데

나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본 적이 없다.


그저 엄마가 있을 거라 믿고,

당연히 거기 있다고 생각하며

앞만 보고 걸어갔다.

이제는 후회된다.


그 순간,

뒤를 돌아

눈을 마주쳤더라면.

“엄마, 보고 있어?”

“나 여기 있어.”


그 한마디만 했더라도

엄마는 얼마나 기뻤을까.



“엄마는 늘 내 뒤에 있었고,

나는 끝내 그걸 모른 척하며 앞만 보고 걸었다.”


7화 예고

“엄마는 자기 사진이 별로 없다며 웃었다”

앨범엔 나와 아빠의 사진은 많았지만


엄마의 사진은 드물었다.

“나는 사진 안 찍어도 돼”라는 그 말이

어쩌면 가장 슬픈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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