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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씁니다》 13편
대사는 언제 진짜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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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 파파
Apr 22. 2025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인물이 말을 한다.
내가 적은 문장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내게 말을 건넨다.
그건 마치 꿈속 같기도 하고,
어쩌면 오래된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 장면은 대개 조용하다.
말보다 침묵이 많은 그 순간,
그들이 내 안에서, 처음으로 입을 연다.
“그 사람한테 화낸 게 아니에요.
그냥, 나 자신이 너무 미웠던 거예요.”
이 대사를 썼을 땐,
나도 모르게 잠시 손을 멈췄다.
유진이었다.
12편에서 태어난 인물.
그녀가 처음으로, 혼잣말처럼 말한 문장이었다.
그 말에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마음은 먼저 움직였다.
좋은 대사는 그런 것 같다.
현실의 언어보다 더 현실적인 말.
이해받지 않아도,
누군가는 울컥하며 받아 적는 말.
나는 대사를 만들지 않는다.
다만 인물이 말을 걸어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뿐이다.
그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그들의 말은 더 진짜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 인물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
“나도 누군가의 말이 되어본 적 있어요.
사라졌지만 기억되는 문장처럼요.”
그 대사를 쓴 날,
나는 오래도록 노트북을 덮지 못했다.
대사는,
어쩌면 내가 가장 많이 사랑하는 ‘진짜’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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