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씁니다》 14편

글을 멈추고 싶었던 날

by 라이브러리 파파

그날은 아무 문장도 써지지 않았다.
커피는 식었고, 노트북 화면은 멍하니 흰색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나를 부른 것도 아닌데,
마치 어디선가 “그만해도 돼”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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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그만두고 싶었다.

왜 쓰고 있는지, 왜 여기에 앉아 있는지,
왜 나는 매일 ‘소설을 쓰는 사람’처럼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가 다 흐릿해졌다.
이야기는 더 이상 흘러가지 않았고,
등장인물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다 나를 떠난 것처럼.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글을 지우고 싶었다.

아무도 읽지 않는데 왜 쓰는 거지?
기억되지 않는 글은 왜 존재해야 하지?
내가 쓴 문장들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렇게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다만 아주 작은 기척 하나.
예전 어느 날, 새벽에 쓴 한 줄이 나를 붙잡았다.

“당신이 쓰는 글은 언젠가 누군가의 무너진 하루를 붙잡을지도 몰라요.”

그 문장은 오래전 나였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글을 멈추고 싶었던 그날이,
어쩌면 다시 쓰기 시작하는 진짜 첫날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래서 다시 노트북을 켰다.
화려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장 한 줄을 썼다.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그리고, 써냈다.”

때론 글을 멈추고 싶었던 날이
가장 진심으로 쓰는 날이 된다.

지금 쓰지 못해도 괜찮다.
쓰지 않는 날도
글을 품고 사는 하루라는 걸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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