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씁니다》 15편

쓰지 않아도, 작가인 시간

by 라이브러리 파파

글을 쓰지 않는 날에도
나는 여전히 작가처럼 살아간다.
단 한 줄도 쓰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문장을 떠올리고,
사람들의 말에서 대사를 줍고,
하루의 끝에서 '이 장면을 언젠가 써야겠다'라고 중얼거린다.

펜을 들지 않았을 뿐이지
머릿속은 언제나 문장 위를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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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글을 가장 깊게 품는 시간이라는 걸 느낀다.
그 시간은 나를 조용히 통과하면서,
새로운 이야기의 씨앗을 뿌려놓는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아이와 손을 잡고 걷다가,
정류장에서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도, 소설의 한 장면일 수 있어.”

그리고 나는
그냥 지나치지 않기 위해 마음속에 메모한다.
아직 쓸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써야 할 이야기로 남긴다.

글을 쓰지 않는 날들이 쌓이면
불안해질 때도 있다.
잊힐 것 같은 두려움,
손끝에서 감각이 사라질 것 같은 공허함.

하지만 이제는 안다.
쓰지 않는 시간도, 작가의 시간이라는 것.

글은 책상 위에서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하루하루 속에서 자란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천천히 걸으며,
소설 속 인물처럼 나를 살아낸다.

그 모든 조용한 순간이
언젠가 문장이 될 것을 믿으며.

“당신이 살아낸 하루가,
당신이 쓰게 될 한 문장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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