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씁니다》 12편

등장인물은, 어느 날 찾아온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내가 먼저 인물을 만드는 건 줄 알았다.
눈매는 어떻고, 말투는 어떻고, 어떤 상처를 안고 있는지.
머릿속에서 조각조각 그려 넣은 다음에야
비로소 등장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어느 날,
등 뒤에서 “저기요” 하고 부르는 듯한 느낌.
문득 돌아보면, 이미 거기 있는 사람.
내가 만들어낸 인물이 아니라
내 삶 어딘가를 걸어가던 사람이
소설 속으로 들어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피곤한 얼굴로 편의점 계산대 앞에 선
한 여자를 보았다.
아이를 안고 우유 하나를 사는 모습이
이상하리만큼 오래도록 눈에 남았다.

그녀는 오늘도 아이보다 먼저 울었다.
그렇게 한 문장을 적었다.
그리고, 인물이 태어났다.

그녀의 이름은 유진.
아이 이름은 태율.
남편은 공무원이었고, 유진은 원래 미술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유화 냄새에 취해 살았던 그녀는
지금은 매일 카페라테 하나로 하루를 견디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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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그렇게 이어졌다.
단지 한 장면에서,
단지 우유 하나를 고르던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나는 생각한다.
이 인물은 결국
내가 보았던 누군가 이자,
내 안의 어떤 모습이기도 하다고.

나도 때로는 웃으며 일상을 버텼고,
때로는 아주 작고 따뜻한 무언가 하나에
울컥했던 사람이었으니까.

등장인물은
나의 감정이 닿았던 사람들이다.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
뉴스 한 줄 속에서 읽어낸 사연들,
그리고 나의 지난 시절까지.

나는 그들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등장인물은 그렇게 태어난다.
계획이 아니라, 연결로.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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