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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씁니다》 11편
장면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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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 파파
Apr 22. 2025
한 편의 소설은 언제 시작되는 걸까.
줄거리를 다 짜야 시작할 수 있을까,
인물의 이름과 배경이 정리되어야 비로소 쓸 수 있을까.
나는 요즘,
그저 하나의 장면에서 글을 시작한다.
어제는
편의점 앞에서 쪼그려 앉아 컵라면을 먹던 남자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구겨진 셔츠, 끊어진 이어폰 줄,
그리고 뜨거운 김이 얼굴을 덮을 때마다
눈을 잠시 감는 모습까지.
나는 그를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그리고 첫 문장을 썼다.
“그는 김이 올라오는 면발보다 더 빠르게, 하루를 삼켜내고 있었다.”
그 한 문장이 장면이 되고,
그 장면은 어느새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나는 작가가 아니다.
하지만 장면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다.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목,
퇴근 후 늦은 저녁을 먹는 식탁 위,
불 꺼진 거실에 앉아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는 그 시간까지.
장면은 내가 살아가는 틈 사이에서 조용히 피어난다.
언제나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생각한다.
이 장면을 그냥 지나쳐도 되는 걸까?
누군가는 기억하지 못할 이 순간을,
내가 대신 붙잡아도 되는 걸까?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장면을 내 언어로 구해내는 일이 아닐까.
세상의 무수한 장면들을
조금이라도 오래 남기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다시 쓴다.
“소설은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저 한 장면이 마음에 들어와 앉을 때,
그 순간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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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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