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아빠의 등을 보고 자란다》

3편 “아빠는 왜 맨날 바빠?”라는 질문 앞에서

by 라이브러리 파파

“아빠는 왜 맨날 바빠?”

그날 저녁,
아이의 말 한마디에
나는 젓가락질을 멈췄다.

별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숨 고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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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말.
사실 요즘 내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었다.

“바빠서 못 가.”
“좀 이따 보자.”
“지금은 아빠 일하고 있어.”

그 말들 사이에서
아이의 표정은 점점 작아졌고,
그 마음은 멀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정말 바빴다.
보고서를 쓰고,
회의를 하고,
지쳐서 소파에 앉기만 하면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게 정말 이유였을까.
바쁘다는 말 뒤에 숨어
나는 아이를 기다리게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질문은
나를 향한 비난도,
분노도 아니었다.

그건 그저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나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작고 맑은 눈 속엔
실망과 기다림이 섞여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바쁘다’는 말로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외면해 왔는지.

아이의 그림을 봐주는 일,
책을 함께 읽는 시간,
식탁에서 나누는 작은 이야기들.

모두 ‘잠깐만’이라는 말로 미뤄왔다.

아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을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와 마주 앉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마음속으로
내일 업무 일정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질문이 내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

나는 아이에게
정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그래, 아빠는 요즘 많이 바빴어.


그런데 네 말 듣고 나니까
마음이 좀 아프다.”

아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빠가 이렇게 솔직하게 말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말을 이었다.

“바쁘다는 건 네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야.
오히려 너 때문에 더 열심히 사는 거야.
하지만 앞으로는
바쁘다는 말보다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게.”

그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나는
아이와 함께 앉아 그림책을 읽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 마음이 아이에게 닿은 듯했다.

그날 이후,
나는 ‘바쁘다’는 말을 조금 덜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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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지금 함께하자”는 말을
입에 붙이려고 노력했다.

일은 늘 쌓여 있지만
아이와의 시간은
한 번 놓치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바쁘게 사는 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것과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만들어선 안 된다.

아이의 한마디 질문이
나를 멈춰 세우고
삶의 방향을 바꾸게 했다.

아이야,
고맙다.
너는 그저 함께 있고 싶었을 뿐인데
아빠는 너무 늦게 그 마음을 알아차렸구나.

하지만 이제는
너의 질문이 아빠의 답이 되었다.

“아빠는 왜 맨날 바빠?”
이제 그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이젠 너와 함께 있기 위해 더 바빠질 거야.
네가 웃을 수 있게,
네 곁에 오래 머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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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로
나는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내려두는 법을 배웠고,
식탁에서 메일을 확인하지 않게 됐다.

아이와 눈을 맞추는 일이
어떤 보고서보다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이다.

작은 손이 내 무릎에 톡 하고 얹힐 때,
나는 모든 일을 멈춘다.
그 손이 보내는 신호는
‘지금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다.

우리는 때로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지만
그 말속에
함께하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이제 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돈보다, 선물보다,
함께 있어주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아이는 커간다.
그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아빠와 함께 있고 싶다고 말해주는 시간도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바쁘다’는 말 대신,
‘함께하자’는 말을 먼저 꺼내는 아빠가 되기로.

언젠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해주길 바란다.

“우리 아빠는 바쁘면서도
내가 필요할 땐 항상 곁에 있어줬어.”

그 기억 하나면
나는 충분하다.


다음 편 예고

아이는 말없이 내 손을 잡았다.
작고 따뜻한 손이 전해주는 감정은
그 어떤 말보다 깊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걷는 길 위에서,
나는 ‘함께’의 의미를 배워간다.

《다음 이야기》– 아들과 손잡고 걷는다는 것
시간을 나누는 것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순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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