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릴 수 있을까?

5편.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 날

by 라이브러리 파파

오늘도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전까진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울컥 화가 나고
문득 외로워졌다.

‘나 왜 이러지?’
내가 나한테 묻는다.
그런데 대답은 없다.

나조차도 모를 만큼
내 감정은 너무 빠르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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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봤다.
익숙한 얼굴인데
낯설다.
웃고 있는데 속은 울고 있다.

어제 입고 나갔던 옷도
오늘은 어색하다.
어제 좋아하던 음식도
오늘은 손이 가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가 흘러간다.
그냥, 이유 없이.

친구들 틈에서
어울리는 척은 잘한다.
그런데 진짜 내 기분은
아무도 모른다.

"괜찮아?"라고 물어주면
"응!" 하고 웃는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는 게 익숙해져 버렸다.

왜일까.
나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건.

감정은 많고
표현은 서툴고
생각은 깊고
말은 엉켜버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 좀 이상한가?"
"나만 이런 건가?"
"이렇게 복잡한 사람이 나야?"
라고 스스로를 낯설게 바라본다.

혼자 있는 방 안에 앉아
내 마음을 들여다보려 해도
내 안에는 너무 많은 ‘나’가 있다.

어떤 날은 용기 있는 나.
어떤 날은 소심한 나.
어떤 날은 웃긴 나.
어떤 날은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나.

그렇게 매일 달라지는 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가끔은
누가 내 마음을 대신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조금 쉬울 텐데.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
결국,
내 마음은 내가 알아야 한다.

그게 사춘기일까?
아니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까?

어쩌면 지금의 혼란은
내가 자라 가는 중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자라는 중이라는 말로는
이 복잡함이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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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 종일
내가 싫었다.
마음이 복잡해서
엄마에게 괜히 짜증을 냈다.
친구에게 답장을 안 했다.
수업 시간엔 집중하지 못했다.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
그럴 이유는 없었는데
그냥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그러고 나서,
밤이 되면 후회한다.
‘왜 그랬을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하지만
하루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잠들기 전, 나에게
작게 말해본다.

“괜찮아. 너 지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어.”
“그게 이상한 건 아니야.”
“조금씩 너를 알아가고 있는 거야.”

내가 나를 잘 모르는 날도 있다.
그럴 땐 그냥
그 모르는 마음을 그대로 안아주기로 했다.

모든 걸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오늘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내일은
조금 더 나를 이해할 수 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
모르겠는 것도
지금의 나니까.


가끔은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람만 느끼며 걷고 싶다.

이어폰을 끼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세상과 거리를 두는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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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조금 덜 복잡해진다.
누가 내 안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끼는 순간이니까.

혼자가 편하면서도
또 가끔은 외롭고,
외롭다 느끼는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다가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긴다.

이런 내 모습이
불완전해서 싫었는데
요즘은 이 불완전함도
나라는 걸 조금씩 인정하게 된다.

아직 다 모르겠지만,
조금씩
내 마음의 언어를 배워가는 중이다.

나도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느 날엔
그 대답이 ‘글쎄’였지만,
오늘은 조금 용기 내어
‘그럴 수 있을 것 같아’라고 말해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속삭여주는 것만 같다.

사춘기라는 이 계절은
모르는 나와
조금씩 친해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다.



“로미의 이야기가 당신 마음에 작은 울림이 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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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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