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생리를 처음 겪은 날, 나도 몰래 울었다
그날 아침은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조금 찌뿌둥한 기분,
배가 살짝 묵직한 느낌.
그냥 평소처럼
학교 갈 준비를 하려는데—
화장실에서 멍하니 섰다.
속옷에 선명하게 묻은
붉은 자국.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드디어… 온 건가?’
아니,
‘왜 이제야 온 거야?’
‘왜 지금이야…?’
말도 할 수 없는 감정들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데
눈물이 났다.
당황스러움,
두려움,
부끄러움,
그리고…
아무 이유 없는 서러움.
그날은 그냥
모든 게 낯설었다.
몸이 달라졌다는 사실 하나로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엄마에게 말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말하지 못했다.
"엄마, 나 시작했어."
그 단어가
입 안에서 걸렸다.
괜히 어색하고
어른인 척하는 것 같고
민망해서 그냥 참고
화장실에 있던 팬티라이너를 몰래 챙겼다.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괜히 무거웠다.
혹시 누가 알게 되진 않을까?
피가 옷에 묻진 않았을까?
몸이 이상해 보이진 않을까?
나만
세상이 바뀐 것 같은데
주변은 그대로였다.
수업 시간에도
계속 신경이 쓰였고
몸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갑자기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걸 알아봐 주지 않았다.
교실에서 웃는 친구들,
복도에서 뛰노는 아이들,
전부 나와는 거리가 멀어진 것 같았다.
괜히 외로웠다.
같은 반 친구들이
언제쯤 시작했는지도 궁금했다.
다들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아니면
나만 이렇게 복잡했던 걸까?
생리를 처음 겪은 그날
나는 아주 작게
나와 이별하고 있었다.
어린 내가
조금씩 멀어져 가고
새로운 내가
아직 익숙하지 않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밤,
혼자 이불속에서 울었다.
딱히 아프지도 않았고
정확히 슬픈 일도 없었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이제 나는 예전 같지 않구나.’
그 사실 하나가
이상하게도 서러웠다.
시간이 지나고
생리는 익숙해졌다.
주기가 오고,
준비도 하고,
이제는 친구들과도
조금씩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그날,
생리라는 단어보다 먼저
내 마음이 느꼈던 그 낯선 감정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건
‘어른이 되는 게 꼭 멋지지만은 않다’는 걸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몸이 자라는 속도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때
그 간극은 눈물로 남는다.
그래서 그날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그건
너의 몸이 너를 지켜주는 방식이야.”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이 말을 남긴다.
“그날의 울음은,
네가 진짜 네 몸을 알아가는
첫 번째 인사였어.”
처음 생리를 겪은 날 이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내 몸을 의식했다.
계단을 오를 때,
의자에 앉을 때,
체육복을 입을 때마다
내가 내 몸을 자꾸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았다.
“혹시 묻었을까?”
“소리 들리면 어떡하지?”
“냄새나진 않겠지?”
그런 걱정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 속에 있을수록
나는 나만의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이제 나는
그냥 웃기만 하던 아이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이런 변화가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지만,
내게는
이 세상이 조금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젠 어른이 돼야 하나?’
라는 막연한 압박.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린애 그대로였다.
엄마는 아무 말이 없었고
나도 끝내 말하지 않았다.
괜히 쑥스럽고,
괜히 부끄러웠다.
그날 밤,
엄마가 내 방에 들어왔다.
“너 몸 괜찮아?
오늘따라 좀 지쳐 보이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응… 조금 피곤해.”
그 말에
엄마는 이불을 살짝 덮어주고 나갔다.
그 짧은 손길이
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말하지 않아도
조금은 들킨 기분.
‘엄마는 알고 있었던 걸까?’
다음 날,
책상 서랍 속에
조용히 놓여 있는 생리대 한 팩.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엄마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말없이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변화는
혼자 감당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된다는 걸.
그 이후에도
몸은 여전히 낯설고,
감정은 들쑥날쑥했다.
하지만 나는
조금씩
그 모든 것을 나라고 인정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이제는 매달 찾아오는 그날이
그리 낯설진 않다.
아프고 불편해도
이건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건 약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몸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걸,
나는 조금 늦게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몰래 울었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조용히 웃어준다.
“괜찮아.
처음은 언제나 낯설고,
그래서 더 깊게 기억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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