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브래지어보다 부끄러웠던 건 내 몸이었다
처음 브래지어를 착용한 날,
나는 괜히 숨고 싶었다.
속옷 가게에서
엄마가 “이제는 입어야지” 했을 때,
나는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건 내 몸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묵직한 선언 같았다.
사실,
브래지어 자체가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변화,
그리고 ‘그걸 내가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고 어색하고,
무서웠다.
학교에서 옷 갈아입는 체육 시간,
내 몸이
누군가의 시선에 닿는 것 같을 때마다
긴장됐다.
‘혹시 나만 이렇게 바뀐 건가?’
‘나만 이상한 건가?’
등 뒤로 끈이 보일까 봐
자꾸 옷을 끌어내리고
어깨를 움츠리고
표정은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나는
내 몸을 감추는 법부터 배웠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다들 아무렇지 않게 웃지만
가끔,
누군가의 말이
날 불편하게 만든다.
“너 요즘 좀 커진 거 같아.”
“어깨 핏이 좀 달라졌네?”
그 말이
그냥 농담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하루 종일 찜찜했다.
내가 입은 옷이
내가 선택한 옷이 아니라
내 몸 때문에 정해진 ‘형식’처럼 느껴졌다.
“너도 이제 여자야.”
이 말이
왜 그렇게 멀게 들릴까.
나는 여전히
장난감이 좋고,
바보 같은 농담에 웃고,
달리기 할 때 제일 신나는데,
몸은
그런 나를 두고
조금씩 멀어져 가는 것 같다.
그 변화가
부끄럽고,
이상하고,
무섭다.
처음으로
샤워할 때 거울을 피했다.
내 몸을 보면
나 자신 같지 않아서.
이건 내가 원한 변화가 아니고
누가 허락해 준 것도 아닌데
몸은 내 뜻과 상관없이 변해버렸다.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체육복을 입은 내 모습을
우연히 창문에 비쳐 본 적이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이었고
그 모습은
그냥 ‘나’였다.
생각보다 이상하지도 않았고
누구보다 솔직해 보였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브래지어를 입으며
내 몸에 조용히 인사했다.
“안녕,
네가 자라는 거
사실 나도 무서웠어.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이려고 해.”
몸이 변하는 건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그 어른이라는 단어에 준비되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내 속도대로
내 몸을 이해해갈 것이다.
브래지어보다
더 부끄러웠던 건
내 몸을 낯설게 바라보던
내 마음이었다.
이제는
조금씩 친해지려 한다.
어떤 날은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하고,
속상하지만
그게 나라는 걸
인정하는 연습부터 해본다.
그리고 그 연습은
언젠가
나를 더 사랑하게 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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