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릴 수 있을까?

4편. 엄마의 말, 듣기 싫은데 자꾸 생각난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엄마의 말이 싫을 때가 많다.
잔소리 같고,
비난 같고,
가끔은 그냥 숨을 틀어막는 것 같다.

“그러니까 공부 좀 하랬잖아.”
“또 방 안 치웠지?”
“누가 그렇게 예의 없이 말해?”
“휴대폰 좀 그만 봐.”

엄마는 늘 뭔가를 지적한다.


내가 한 말보다 하지 않은 말에,
내가 한 행동보다 하지 않은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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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점점 말이 줄었다.
엄마랑 말하면
내가 틀린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왜 너는 말끝마다 그렇게 나와?”
그 말이
나를 더 조용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엄마의 말은 자꾸 생각난다.

친구랑 말싸움했을 때
엄마가 했던 “말을 조심해”가 떠오르고,
시험 망친 날
“너 스스로 후회 안 남게 하라”라고 했던 말이
속을 찌른다.

듣기 싫다고 생각했던 말들이
문득문득 생각나서
나를 멈추게 한다.

엄마가 싫은 건 아닌데
자꾸 멀어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엄마는 나를 항상
‘어른처럼 대해주지 않으면서’
‘어른처럼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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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꼬여버린 날,
엄마가 방에 들어와 “밥 먹자”라고 하면
괜히 더 화가 난다.

“나 지금 그런 기분 아니야.”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지만
겉으론 “알았어” 하고 나간다.

엄마는 항상 바쁘다.
출근 준비하랴,
집안일하랴,
동생 챙기랴…

그래서 나를 챙기는 일은

늘 마지막이다.

그게 서운하다가도
가끔은
“나도 저렇게 커야 하는 거구나” 싶어진다.

엄마도 힘든 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만 기대하게 된다.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투정 부리고,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괜히 대들고,
그게 또 미안해서
밤마다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미안해, 엄마.”
이 말 한마디가
너무 어려울 때가 많다.

엄마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론
내 감정을 더 건드린다.

엄마가 했던 말 중에
잊히지 않는 게 있다.

“나는 네 편이야.”
그 말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왜냐하면
평소엔 늘 내 반대편에 있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정말 힘들 때,
정말 지칠 때,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나는 네 편이야.’
그 한 문장이
눈물로 번져서
가슴속에 박힌다.

엄마랑 멀어지고 싶을 때도 있지만
엄마의 품은 여전히
내가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이다.

싸우고 나서도
엄마 방 앞에서 서성이는 나.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냥 돌아서는 나.

그러면서도 마음속에선
‘엄마가 먼저 다가와 줬으면’
바라고 있는 나.

나는 아직
엄마 앞에서는 애다.


어른 흉내만 낼 줄 아는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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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란
아마도 그런 것 같다.
마음은 자꾸 혼자이고 싶은데
가장 그리운 건 결국,
엄마의 말 한마디.

“밥 먹자.”
“춥지 않게 입고 다녀.”
“잘 다녀와.”

그 말들이 듣기 싫을 때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그 안에 사랑이 들어 있었다.

엄마의 말은
가끔 칼처럼 아프지만
또 한편으론
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엄마의 말이
듣기 싫으면서도
자꾸 생각난다.

그리고…
그 말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걸
서서히 알게 된다.

“넌 나중에 고맙다고 하게 될 거야.”
그 말도 참 듣기 싫었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다.

엄마가 던졌던 말 중에
그저 흘려듣기만 했던 것들이
내 삶에 천천히 녹아든다.

“지금은 힘들어도 괜찮아.”
그 말이
내 안에서 또렷하게 울린다.

어쩌면,
엄마는 내가 흔들리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단단해지라고,
조금은 차갑게 말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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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뒷모습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이제는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나는 네 편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말을,
엄마처럼
서툴게라도 건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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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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