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아빠도 사람이야, 완벽하지 않아
나는 오랫동안
아이 앞에서는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단한 사람,
절대 흔들리지 않는 어른,
무조건 옳은 사람.
그게 아빠라는 존재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잘못을 숨기기도 했고,
감정을 억누르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감정이 올라올 때면
아이 몰래 문을 닫고 한숨을 쉬었고,
실수를 해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게 아빠의 품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아이의 한마디가
내 마음의 단단한 껍질을 조용히 깨트렸다.
“아빠는 왜 항상 정답만 말해?”
“아빠는 실수 안 해?”
나는 멈췄다.
그 순간,
나는 ‘아빠’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불린 느낌이었다.
아이의 눈은
그저 궁금한 듯 맑았지만
나의 마음은 복잡했다.
나는 정말
실수를 안 했던 걸까?
나는 정말
늘 옳았던 걸까?
아니다.
나는 실수도 했고,
자주 후회했고,
가끔은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는
그런 나를 드러내지 않았다.
왜일까?
어쩌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아이의 기준이 흔들릴까 봐,
나를 덜 믿게 될까 봐
두려웠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날 이후
나는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아빠란
실수하지 않는 아빠일까?
아니면,
실수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아빠일까?
며칠 뒤,
아이와 함께 숙제를 하던 중
나는 문제 하나를 잘못 가르쳤다.
“그거 아니야, 아빠. 선생님이 이렇게 하래.”
아이는 조심스레 말했다.
순간 나는
무안함과 자존심 사이에서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몇 초를 망설였다.
그리고 결국 말했다.
“… 맞다. 아빠가 틀렸네.”
아이의 눈이 커졌다.
그러더니 웃으며 말했다.
“우와, 아빠도 틀릴 수 있구나!”
나는 웃었지만
그 안에는 묘한 해방감이 있었다.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아빠가 아니었다.
아이가 진짜 원하는 건
자신처럼
불안하고 서툴러도
그걸 고백할 수 있는 사람.
같이 실수하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웃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힘.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이에게
‘완벽한 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보여주는 것이
더 깊은 신뢰를 만든다는 것을.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아빠도 사람이야.
실수도 하고,
가끔은 답을 몰라서
너처럼 고민할 때도 있어.”
아이의 얼굴에
작은 안도감이 번졌다.
“그럼 나도 괜찮은 거지?”
“그럼. 우리는 둘 다 배우는 중이니까.”
부모가 된다는 건
모든 걸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배우고 있는 모습을
옆에서 보여주는 일이다.
실수했을 때
먼저 사과하고,
모를 때
같이 찾아보고,
슬플 때
함께 울 수 있는 사람.
그게 아이에게
가장 깊은 신뢰를 주는 방식이라는 걸
나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아빠는 왜 울어?”
어느 날, 아이가 내 눈가를 보고 물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슬퍼서가 아니라,
너랑 이야기하다 보니
마음이 따뜻해져서 그래.”
아이의 손이
내 손을 살짝 잡았다.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꼈다.
오히려 부족한 모습으로
아이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제는 내게 위로가 된다.
아이는 언젠가
내 말을 흉내 내고,
내 행동을 따라 하게 될 것이다.
그때 내가 남기고 싶은 건
모든 걸 아는 아빠의 모습이 아니라,
늘 배우려 했던
‘사람으로서의 아빠’다.
아이야,
너는 지금
완벽하지 않은 아빠에게
가장 완전한 사랑을 가르쳐주고 있어.
고마워.
아빠가 말없이 책을 펼치면
아이도 조용히 옆에 앉는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잠시 눈을 마주치는 순간.
그 짧은 동행 속에서
우리는 말없이 배운다.
《다음 이야기》 – 퇴근 후 책을 읽는 이유
습관이 말보다 강한 순간들.
아빠의 조용한 책장이
아이에게 남기는 울림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