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울컥한 날도 있었다

말없이 무너졌던 순간, 그래도 나는 달렸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달리기는 늘 평온하지만은 않았다.
모든 아침이 맑은 하늘과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어떤 날은
첫걸음을 떼는 것조차 벅찼고,
어떤 날은
그저 숨을 고르며 ‘울지 않기’ 위해 뛰었던 날도 있었다.

울컥한 날들이 있었다.


그건 분명히 있었다.
내가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도 아침 6시였다.


습관처럼 운동화를 신고,
습관처럼 밖으로 나섰지만
내 안에서는 습관이 아닌 감정이 뒤섞이고 있었다.

전날, 아이에게 괜한 짜증을 냈다.
별것도 아닌 일에 목소리를 높였고,
아이는 그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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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시작했지만
발보다 마음이 무거웠다.
거리는 같은 3km였지만,
그날의 3km는 내게 너무 멀고, 너무 서늘했다.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
땀이 아니라 눈물이 먼저 흘렀다.

왜 이렇게 버거운 걸까.

왜 이렇게도 미안한 일이 많을까.
왜 난 좋은 아빠가 되기가 이토록 어려울까.

그렇게 울컥했던 날,
나는 처음으로 뛰는 것을 잠시 멈췄다.
그 자리에 앉아 숨을 몰아쉬며
말도 없이, 변명도 없이
그저 무너졌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또 하나의 진실을 배웠다.

달리는 사람도 울 수 있다.
멈춘 사람도 다시 뛸 수 있다.
울컥한 날이 있다는 건,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강한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흔들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늘 단단한 사람처럼 보이려 한다.


하지만 아빠라는 이름은
그렇게 단단한 껍데기로만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아빠는
혼자 눈물 삼키는 사람이기도 하고,
조용히 숨 고르며 다시 출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울컥한 날도 있었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내가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를 느꼈던 날.

아내의 조용한 한숨에
내 하루가 무너졌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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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날을
나는 달리며 지나왔다.

달리기가 좋은 이유는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숨이 차고, 땀이 흐르고,
그 흐름 속에 눈물이 섞여도
아무도 묻지 않는다.


그건 나 자신과의 대화다.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은
결국 나뿐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그렇게 나를 다독이기 위해
나는 다시 뛴다.


그 울컥한 날 이후,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아이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조금 더 자주 하게 되었고,
아내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조금 더 자연스럽게 건넬 수 있게 됐다.

울컥한 날도 있었다.
그리고 그날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부드러워진 아빠가 되어가고 있다.


다음 편 예고

12편 – 숫자보다 중요한 변화
기록은 숫자에 남지만,
진짜 변화는 삶의 태도와 마음속에 남는다.
다음 편에서는 달리기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아빠의 내면과 일상의 변화를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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