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아이의 웃음, 아빠의 발걸음

한 번의 웃음이 아빠의 하루를 바꾼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어느 아침,
운동화를 신으려는데 아이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아빠, 오늘도 잘 뛰어!”
말끝에 웃음이 묻어 있었다.


그 웃음은 작고 가벼웠지만
내 발걸음은 그날 유난히 가볍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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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나는 안다.
아이의 웃음은,
내가 달릴 수 있는 가장 강한 연료라는 걸.

아빠는 매일 달린다.
습관처럼, 의무처럼, 기도처럼.
하지만 어떤 날은 힘이 빠진다.
그럴 땐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빠 오늘도 멋져!”라고 외치던 아이의 얼굴.

그 기억 하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아이의 웃음은 단순한 표정이 아니다.

그건 ‘아빠를 믿는 신호’다.
‘아빠는 괜찮은 사람이야.’
‘아빠는 다시 해낼 거야.’
그 말을 웃음으로 전하는 것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아빠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
돈을 벌고, 시간을 쪼개고, 걱정을 감추는 일?
그 모든 게 맞다.

하지만 그 너머에,
나는 아이 앞에 설 때만큼은
내 삶의 이유가 또렷해지는 것을 느낀다.

사실, 자주 무너진다.
회사에서 지쳐 돌아오는 날,
내가 원하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날,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외로움에 시달리는 날.
그런 날에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건
‘아이의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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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달리는 이유는
단순한 건강 때문만은 아니다.
그 웃음을 오래 지켜주기 위해서다.
그 웃음이 꺼지지 않도록,
그 아이의 세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내가 먼저 무너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첫걸음마를 떼던 아이의 웃음.
엉덩방아 찧고도 깔깔거리며 다시 일어나던 모습.
그때 나는 배웠다.
‘넘어져도 웃을 수 있구나.’
‘다시 일어설 수 있구나.’

그래서 나는 오늘도 뛰는 것이다.

달리다 보면, 숨이 차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심장 박동보다 더 크게
아이의 웃음이 가슴을 친다.
기억 속에 저장된 그 짧은 웃음 하나가
그 순간 내 모든 체력을 다시 깨운다.

아빠로 산다는 건,
가끔은 ‘나는 괜찮아’라고 거짓말하는 일이다.
사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야 한다.
그게 아빠라는 이름의 무게다.

하지만 그 무게가
어느 날 아이의 손을 통해, 웃음을 통해
‘기쁨’으로 바뀌는 순간이 있다.

"아빠, 내 친구들한테 말했어.
우리 아빠는 맨날 뛰는 사람이라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괜히 어깨를 펴게 되었다.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내가 아이의 자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내 달리기를 계속하게 만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이 소리를 평생 잊고 싶지 않다.
아이의 웃음이 멈추지 않도록,
나는 달린다.


아빠라는 이름이
결코 쉬운 단어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하지만 그 단어만큼
나를 움직이게 하는 말도 없다는 걸,
그것도 안다.

어쩌면 나는 달리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웃음을 따라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웃음이 있는 곳으로
내 하루를 옮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멈출 수 없다.
숨이 차도, 다리가 아파도,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해서 눈을 뜨기 힘들어도.
나는 안다.


그 웃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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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는 조금씩 자라고 있다.
언젠가는 내 달리기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심해질 수도 있고, 물어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 웃음이 내게 남긴 흔적은
지워지지 않을 테니까.

나는 아빠로서,
그 흔적을 따라 하루를 쌓는다.
그리고 달린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다음 편 예고

10편 – 쓰는 사람은 달리는 사람
몸이 달리면 마음도 움직인다.
그 흐름을 따라 문장이 태어나고,
그 문장은 오늘 하루를 지탱하는 기록이 된다.
다음 편에서는 '달리는 사람'이 글을 쓰고 싶어지는 이유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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