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 아빠는 왜 뛰는지 궁금한 아이에게

아이의 짧은 질문, 아빠의 긴 대답

by 라이브러리 파파

새벽 글쓰기 후, 운동을 하러 나갈 때면

아들은 눈을 비비고 일어나 며칠 내내 이렇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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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왜 맨날 뛰어?”


잠들기 전, 이불속에서 아이가 툭 내뱉듯 물었다.


“아빠, 매일 몇 KM씩 뛰면 힘들지 않아?”


그 말이 머릿속에 오래 맴돌았다.
무심한 듯 들린 말투였지만,
그 질문 속에는 아이만의 진심이 있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진심을 어떻게 꺼내야 할까.

그리고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뛰는 건…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야.”
“그게 다야?”
“아니, 아직 다 말 못 했어.”

아이의 눈빛은 말보다 깊었다.


궁금함보다, 약간의 걱정,
그리고 그 안에 깃든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빠는 왜 그렇게 아침마다 자신을 밀어붙이는 걸까.


아이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아빠가 나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걸.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동안 뛰어온 날들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비 오는 아침, 눈 내리는 골목길,
추운 겨울바람을 뚫고 뛸 때도 있었다.


그 순간마다 내 마음속에 있던 건
아이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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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말은
책임이면서 동시에 나침반이다.
무엇이 옳은지,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매일 다시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도망치지 않으려고
오늘도 운동화를 신는다.

아이에게 완벽한 아빠가 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직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말로만 하지 않고,
삶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하루하루 무너지고 싶은 마음을 견디며
‘아빠도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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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다시 물었다.
“뛰면 뭐가 좋아?”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기분이 좋아져. 마음이 편안해져.”
“그럼 화났을 땐 많이 뛰겠네?”
“그렇지. 뛸수록 아빠가 착해져.”

그 말에 아이가 웃었다.
아이의 웃음 속엔 이해도 있었고,
어쩌면 약간의 위안도 있었을지 모른다.
‘아빠는 나를 위해 뛴다’는 감정은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다.

나는 말했다.
“사실 아빠도 가끔은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
도망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 들거든.”

“그냥 걷는 거랑은 다르잖아.
뛴다는 건 마음까지 움직이는 거야.”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겠지만,
아빠가 지금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건 느꼈을 것이다.

아빠는 오늘도 뛴다.
그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대단한 기록을 세우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에게 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이에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를
말없이 보여주기 위해.

아빠가 매일 뛴다는 건,
스스로를 매일 다시 일으킨다는 뜻이다.
그게 단지 3km든, 30분이든,
크고 작은 기록보다 중요한 건
‘그 하루를, 그 마음으로 살아냈다’는 것이다.

아이도 언젠가 크겠지.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날이 오겠지.
그때 이 기억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아빠는 아무 말 없이 매일 뛰었어.
힘들어도 뛰었어.
그래서 나도 그냥, 해보려고.”

그 한마디면,
이 모든 날들이 충분해진다.


다음 편 예고

9편 – 아이의 웃음, 아빠의 발걸음
달리는 동안 문득 떠오르는 아이의 웃음은
힘겨운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시 일으킨다.
다음 편에서는 아빠가 ‘달리는 이유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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