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매일 같은 거리, 매일 다른 생각

같은 길 위에서, 어제와 다른 나를 만나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늘 같은 시간,
늘 같은 코스,
늘 같은 3km.

처음엔 너무 단조롭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집을 나서면
오른쪽으로 한 블록 돌아 공원으로 들어가고,
두 번째 벤치를 지나면 왼쪽으로 꺾어 한 바퀴.
다시 돌아와 집 앞 사거리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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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다.
길은 똑같은데,
마음은 매일 다르다.

어제는 울컥했다.
별일 아닌 일에 마음이 욱 올라왔다.
달리면서 생각했다.
‘나 왜 이렇게 예민했지?’
‘아이에게 한 말, 괜찮았던 걸까?’

그저 뛴다고 생각했지만
그 3km는 ‘내 안의 대화 시간’이었다.


입은 다물고 있지만,
속에서는 수십 번의 생각이 교차한다.
후회, 다짐, 회상, 고백,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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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거리이지만
어떤 날은 무겁고, 어떤 날은 가볍다.
어떤 날은 숨이 차고, 어떤 날은 편안하다.
그 차이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사람들은 루틴이 지겹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루틴이 ‘거울’ 같다고 느낀다.
매일 같은 프레임 안에서
내 기분, 감정, 상태가 다르게 비친다.

그날의 하늘, 그날의 바람,
그리고 그날의 나.

나는 달리기에서 ‘나를 알아간다.’

어제는 회의에서 내가 얼마나 위축됐는지 생각났다.
오늘은 아이가 건넨 쪽지 한 장에 마음이 울컥했다.
내일은 또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그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있다.
3km를 뛰는 동안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솔직한 나’를 만난다는 것.

같은 길이라도,
지나가는 풍경은 매일 조금씩 다르다.
바람의 세기, 나뭇잎의 흔들림,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의 표정,
그날 내 심장의 리듬까지.

그 변화들을 느끼다 보면
나도 자연스레 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람은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는 묻는다.

“3km밖에 안 뛰는데, 그게 그렇게 큰 의미야?”


나는 말한다.
“응. 작지만 아주 크지.”
“그 3km는 내 하루를 다시 살게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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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반복되는 출근길,
비슷비슷한 업무,
닮은 듯한 가족의 하루하루.
그 속에서도 내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그 루틴이 살아 있음의 리듬이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하며 나는 나에게 말한다.
“괜찮아. 오늘도 잘 왔어.”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자.”

오늘은 뛰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도 매일 같은 교실에서
다른 하루를 살아가겠지.’
‘나처럼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작은 감정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떤 날은 눈물이 맺힌다.
이유는 없다.
그냥 달리다 보면
어딘가에 눌려 있던 감정이 스르르 올라온다.

그럴 땐 멈추지 않는다.
그 감정이 지나갈 때까지,
나는 달린다.
땀이 흐르고, 숨이 차고,
몸보다 마음이 정리되는 그 순간까지.

그래서 나는 내일도 같은 길을 뛸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날 테니까.
그때의 나는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
기대가 된다.


다음 편 예고

7편 – 아침 6시, 고요한 도시를 걷다
도시가 아직 잠든 시간,
아빠는 조용히 걷는다.
그 고요 속에서 더 크게 들리는 내면의 목소리.
하루의 시작을 지켜보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감정의 떨림.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삶을 느끼는 당신,
매일의 리듬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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