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호주는 진짜 다르더라》

1화. 공항에 내린 순간, 영어보다 날 반긴 건 햇빛이었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형이 호주에서 4년 6개월을 살았거든.

지금도 또렷해.


그 첫날, 시드니 공항에 내린 순간.

뭣보다 먼저 날 반긴 건 영어도, 공기도 아니고

햇빛이었어.


진짜 그 햇빛, 말도 안 되게 쨍했거든.

근데 신기하게도 안 더워.

햇살은 센데 바람은 시원해.

와, 이런 날씨가 진짜 있다고?

형은 이미 그때부터 호주에 홀려 있었지.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어.


“Purpose of your visit?”


"... 예? 퍼퍼스...? 어어어..."


입국 심사관 질문에 형은 벌써 진땀.

입에서는 "호올리데이... 아... 스터디 위드 마이 패밀리..."

어버버 하는 사이

뒤에 줄은 길어지고

우리 애 둘은 벌써 바닥에 드러누워 잠들고 있었어.


결국 형이 꺼낸 마지막 말은

"OK?"

그걸로 통과했어. 진심이 통했나 봐.



짐을 찾고 택시 줄에 서 있는데,

주변 사람들 다 웃고 있어.


햇빛 때문인지 진짜 다들 여유로워 보여.

나는 땀범벅에 애 둘 챙기고 캐리어 세 개 끌고 있었는데

그때 아내가 말했지.


“여보, 우리 진짜 왔어… 호주.”


형은 그 말을 들으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어.

근데 그다음 생각은 이거였지.


“야, 근데 우리 숙소 어디였지?”

(주소를 아직 못 외웠거든…)



중동인

택시 기사 아저씨한테 주소 보여주니까

“Ah~ No worries~”


그 특유의 여유 넘치는 웃음.

그땐 몰랐지.


"No worries"가 호주의

마법 같은 말이라는 걸.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란 뜻이 담긴 그 말,

형은 그 말에 처음으로 좀 안심했어.




그날 밤,

에어비앤비에서 짐 풀고


아이들 재우고

형은 혼자 창밖을 봤어.


햇빛은 아직도 남아 있고

거리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더라.


그때 느꼈지.

여긴 뭔가 다르다.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되는 나라.


숨 좀 돌려도 되는 곳.

그리고 그게,

형이 호주에서 4년 반 넘게

가장 많이 느낀 감정이었어.

“천천히, 그래도 괜찮다.”




다음 화 예고

2화. 코알라보다 느긋한

공무원들, 형이 미쳐버렸다


은행 하나 여는 데 2주? 진짜 그랬다.

형이 직접 겪은 ‘느긋함의 나라’ 이야기,

기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