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호주는 진짜 다르더라》

3화. 커피 하나 주문했을 뿐인데, 시험 친 느낌이더라

by 라이브러리 파파

형이 호주에서 커피를

처음 마시러 간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해.


왜냐면 커피를 시키는 데 영어보다 멘탈이 먼저 무너졌거든.

그냥 아침에 산책하다가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를 발견했지.
뭔가 있어 보여.


호주 느낌 팍 나고, 힙하고, 다 웃고 있고.
형도 거기서 커피 한잔 마시고
호주스러운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어.
그게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지.


Leonardo_Phoenix_10_a_surreal_and_vibrant_cinematic_photo_of_a_0.jpg

메뉴판이 문제였다.

Flat White

Long Black

Piccolo

Magic

Mocha

Babycino(이건 뭐야 진짜)


에스프레소랑 라떼는 어디 갔어?
한국에선 그냥 “아메리카노 주세요” 하면 다 끝나는데
여기선 일단 무슨 시험 보는 느낌이었어.

줄이 다가오고 있었지.
형은 마음속으로 외쳤어.


“그냥 커피 하나 마시고 싶다고!!”

직원이 웃으면서 말하더라.
“Hi there! What can I get for you today?”
(너무 밝다… 너무 친절하다… 부담된다…)

형은 용기 내서 말했다.


“…One… Americano?”

직원: “…You mean a long black?”
형: “Yes. Black. Long… please.”
(‘롱’이 먼저 나와 다행이었다…)


그리고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Single or double shot?”
“Takeaway or have here?”
“Regular or large?”
“Any milk? Oat, almond, soy, full cream?”


뭐 이렇게 물어봐??
형은 순간,
"그냥 믹스커피 하나 타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어.


결국 종이컵 하나에 커피를 받았는데
진짜 형은 그날
아침커피 한 잔에 땀이 다 났다.

손은 떨리고, 심장은 뛰고,
뒤에 줄 서 있던 백발 할아버지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라.
"처음이지?"
그 눈빛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호주 사람들에겐 커피가 그냥 커피가 아니라
‘취향의 정체성’이란 거야.
어떤 커피를 마시냐에 따라
그 사람 성격이 보인다나?

Flat White: “나, 안정적인 거 좋아함”

Long Black: “깔끔한 게 최고”

Oat Latte: “나 좀 힙해”

Babycino: “나 애 키움”


이제는 형도 익숙해졌어.
요즘은 오히려 한국 와서
“롱블랙 주세요” 했다가

직원이
“아… 아메리카노요?”

물어보면 민망하더라.
그래도 말이야,
그 커피 한 잔 덕분에
형은 호주라는 나라를
‘작고 진한 잔’처럼 천천히 이해하게 됐어.


다음 화 예고
4화. 아이들 학교에 갔더니, 내가 더 배울 게 많더라


형이 말해주는 호주 초등학교 문화 충격기!
애들보다 학부모가 더 많이 배우는 나라란 말, 실화다.



이전 02화《야, 호주는 진짜 다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