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코알라보다 느긋한 공무원들, 형이 미쳐버렸다
호주에선 ‘빠르게 처리되었다’는 말은 전설이야.
형이 처음 은행 계좌 만들러 갔을 때,
진짜 코알라가 와서 열쇠고리 만들어줄 줄 알았다.
느림의 미학? 아니. 느림의 고통.
“… 예?”
형은 그냥 은행 가면 바로 통장 만들어주는 줄 알았지.
근데 예약을 해야 한대.
그것도 ‘다음 주 수요일 3시 40분’ 같은 거.
지금 눈앞에 직원이 세 명이나 한가해 보이는데 말이야.
그래서 물었어.
“지금은 안 돼요?”
“Sorry, that’s not how it works.”
(미소는 친절한데, 시스템은 너무 느려.)
결국 일주일 기다려서 다시 갔어.
그날도 역시 햇살은 쨍쨍했고, 형은 긴장했지.
직원 앉아 있던 자리엔
“Lunch break – back in 45 minutes”
와우. 점심시간에 이탈한 나라.
은행만 그런 게 아니야.
운전면허 교환, 메디케어 신청,
공공주택 정보 상담…
진행 속도가 고속도로가 아니라 숲길이야.
매번 느꼈지.
“아, 여긴 정말 ‘사람 중심’의 나라구나.”
(근데 가끔은 너무 중심이 없어…)
그래도 놀라운 건,
이 사람들은 불평을 안 해.
줄 서 있어도, 처리 느려도
그냥 웃으면서 “No worries~”
형은 속으로 “아주 많아요, worries…”
그랬지만 겉으론 따라 웃었지.
호주 사람들처럼.
그렇게 형은 배웠어.
여기선 서두르면 혼자 손해라는 걸.
빨리 하려다 더 늦어지고
재촉하면 미소만 돌아오지
결과는 안 빨라진다는 걸.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느린 시스템 덕분에
형도 점점 느긋해졌던 것 같아.
애들 손잡고 길게 걸었고,
창구에서 오래 기다리다 직원이랑 농담도 했고,
하루에 한두 개 일만 처리해도
‘아, 오늘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지금도 한국 돌아오면
지하철 문 닫히는 속도에 놀라고
사람들 걷는 속도에 당황해.
호주에서 살다 오면,
세상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거든.
그게 또 그립고, 또 그립고.
다음 화 예고
3화. 커피 하나 주문했을 뿐인데,
시험 친 느낌이더라
플랫화이트, 롱블랙, 피콜로, 라떼…
형의 카페 영어 적응기,
웃기고 슬픈 그 첫 주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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