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하트 소시지는 누가 만들기로 했죠?
아침 6시 3분.
알람 소리 두 번 정도 끄는 건 기본
눈을 뜨자마자 냉장고 앞에 선다.
어제저녁 “내일은 간단하게 해도 돼요”
라고 아내가 말했지만,
그건 매번 간단하지 않은
도시락이 나오는 암호라는 걸
나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오늘의 도시락은 세 개.
딸, 아들, 아내.
그리고 나는... 안 싸도 된다.
(싸봤자 회사 냉장고에 처박혀 숙성되니까.)
딸은 전날 이렇게 말했다.
“아빠, 소시지 하트 모양으로 해줘.
지난번처럼 진짜 귀엽게!”
(딸은 모양에 집착한다.
친구들한테 자랑용)
그 순간, 내 손은 자동으로
소시지를 반으로 가르고 있었다.
이게... 뭘까.
나는 대체 언제부터
‘하트 모양을 잘 자르는 사람’이
되었을까?
이게 처음에는 어려운데
점점 더 집착하게 된다.
계란을 풀고, 팬을 달구고,
하트를 만들기 위해 소시지를
기울이며,
나는 이미 사랑의 대장장이가
되어 있었다.
아들은 불고기.
“고기만 많이 주세요.”
반찬통이 고기반, 고기반이다.
(학원에서 먹는 도시락인데,
분명 편의점에서 찐친들이랑 나눠 먹겠지)
아내는 다이어트 중.
샐러드 위에 닭가슴살.
하지만 “간 안 해도 돼요”라는 말은,
그냥 싱겁지 않게 해
달라는 뜻이란 걸 나는 알고 있다.
소금, 후추, 그리고 눈치 한 스푼을 넣는다.
그리고 도시락을 닫는다.
하나는 핑크, 하나는 파랑, 하나는 블랙.
뚜껑이 닫히는 순간,
내 오늘도 끝난 듯 시작된다.
그러고 나면
집 안엔 소시지 냄새,
주방엔 삶은 계란 껍데기,
내 손엔…
하트가 찢어진 소시지 반쪽.
하지만 딸은 도시락을
열고 웃을 것이다.
그 웃음 하나면,
내일도 또 6시에 일어날 이유는 충분하다.
빡샌 스토리 아까워서
요렇게 글을 써서 올립니다.
(일요일만 올리는 건,
이날은 다들 늦잠 잔다는)
“200일째 도시락을 싸고 있는
아빠의 리얼 아침 생존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