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샌 도시락》

2화. 아들은 매일 다른 반찬을 원한다

by 라이브러리 파파

아침 6시 12분.
오늘은 눈을 감은 채로 프라이팬을 꺼냈다.

(속으로 기합을 넣는다. 아즈아!)

계란을 깼고, 자동으로 소시지에 칼집을 넣었다.
이건 근육 기억이다. 도시락 근육.

그런데 갑자기 아들의 목소리가 어제 아침처럼 떠오른다.
“아빠, 나 어제랑 똑같은 반찬이면

학교(학원)에서 민망해.”
... 어제 반찬이 뭐였더라?

냉장고를 열었다.


불고기 남았다.
소시지 남았다.
계란은 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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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돌려 막기식 도시락이면,

메뉴가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문제는 아들의 기준에서
이 조합은 “3일 연속 같은 도시락”이라는 것.

그래서 오늘은 '다르게 보이기 작전'에 돌입했다.


불고기는 둥글게 말아서 꽂이로 끼운다.


소시지는 별 모양으로 칼집 낸

다음 삐딱하게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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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는 케첩으로 얼굴을 그려 넣었다.
→ (정작 아들은 케첩 싫어함)


다 싸고 나서 뚜껑을 닫으려는데,
아내가 다가와 말한다.
“이거 그저께 반찬이랑 같은 거 아니야?”

... 그 순간, 살짝 멘탈이 찢어졌다.
하지만 아들은 학교에서 친구에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아빠 도시락은 매일 다르게 생김. 아트야.”


아트.


이 한 단어에
계란 세 알, 불고기 90g, 소시지 3개가

보상받았다.

내일도 다르게 싸야 한다.

비록 내용물은 같을지라도,

비주얼은 오늘도 신선해야 하니까.

이것이 아빠의 도시락 철학이다.
매일이 전시회, 매일이 리뉴얼.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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