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성동구 진심국밥 – 고기보다 따뜻한 한 숟갈
※[주의] 광고의혹, 맛집소개 아니냐는
의심과 질타를 피하기 위해 정확한 상호명은
아슬아슬 피함. 쓸데없는 검색 X
점심시간.
사무실에서 탈출하듯 빠져나온 나는,
카카오맵 별점도, 블로그 리뷰도 없이
살아남는 그 집으로 향했다.
성동구 어딘가, ‘진심국밥’.
간판에 먼지가 7겹은 쌓였고,
입구 앞 타일은 꼭 맨날 미끄럽다.
(휴대폰은 무음, 비행기 모드는 필수다.)
문을 열자마자 공기부터 다르다.
진짜다.
고기 삶은 수증기가 한 대 치고 간다.
누군가의 실망, 한숨, 피곤함까지
녹아 있는 국밥집 특유의 습도.
나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돼지국밥 하나요.”
(자연스럽고 무게감 있게)
단 5음절.
사장님은 눈도 안 마주치고
고개만 까딱.
우리는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말이 없다.
먼저 반찬이 나온다.
오이무침은 세모 그릇에 담겼고,
깍두기는 마치
"오늘 묵은지 떨어졌어요"라고
말하는 듯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설의
놋그릇에 담긴 김치.
한 입 먹자마자 눈이 번쩍.
“오… 김치가 오늘 화났다.”
드디어 주인공 등장.
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진심국밥 한 그릇.
뚝배기 안에는
돼지 수육과 파, 부추, 그리고
잘하면 논문 하나
쓸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국물.
나는 천천히
숟가락. 단 하나. 그것만 들었다.
젓가락도, 앞접시도 없다.
혼자니까.
첫 숟갈.
어?
어어?
… 세상아, 잠깐만.
국물 한 입이 혀를 덮치더니,
목을 타고 내려가 위에 입주신고를 한다.
그 순간, 나는 직장을 관두고 국밥집 알바를 고민했다.
고기.
쫀득하고 부드럽다.
“야, 너 수육 맞아?”
‘진심국밥’의 고기는
이빨과 대화한다.
씹을 때마다
“예, 오늘도 정직하게 삶겼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고기조차 태도가 있다.
살짝 느끼해질 무렵,
옆에 놓인 부추를 조심스럽게 올린다.
밸런스 조절은
국밥의 인생 전략이다.
밥은 말지 않았다.
여긴 말면 혼나게 생겼다.
국밥과 밥은 별도로,
각자의 존엄을 유지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밥을 조금씩 떠 넣으며
먹는 그 리듬감.
혼밥은 리듬이다.
누가 옆에 없어야
가능한 템포.
내가 밥을 먹는 건지,
밥이 나를 살리는 건지
모를 정도로
숟가락은 쉴 틈이 없다.
(아는가 욕을 참을 정도로
속으로 맛있지만,
티 내지 않고 먹는 여유)
마지막 숟갈을 비우며 나는 깨달았다.
혼밥이란 ‘혼자’ 먹는 게 아니라,
‘나’에게 먹여주는 시간이다.
고독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위로받은 느낌.
계산대에서 9,000원을 내며
사장님께 눈인사를 했다.
그는 말이 없었지만,
뭔가 이렇게 말한 것 같았다.
“다음엔 수육 따로 드셔보세요.”
(고. 독. 한. 혼. 밥. 러.)
[다음 화 예고]
〈덮밥은 위로다 –
마포구 S식당의 한 줄기 계란지단〉
계란지단 하나에 울컥한 이야기.
그날, 내가 혼자 앉은 2번
테이블엔 햇살이 머물렀다.
소불고기덮밥이 나왔고,
나는 그걸 먹으면서 혼자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