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마음에 남는 순간은, 아무 말도 없던 순간이었다
형은 예전엔
모든 걸 ‘말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어.
좋은 말, 예쁜 말, 설득력 있는 말.
그래서 갈등이 생기면
형은 먼저 말을 꺼냈어.
해명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려고 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형이 기억하는 가장 깊은 장면은
말보다 ‘멈춤’이었어.
그 사람의
딱 한 번의 침묵.
말을 아끼고 고개를 숙이던 순간.
그게 훨씬 더 오래 남더라.
말은 힘이 있어.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지.
그래서 우리는
더 잘 말하려고 해.
좋은 단어를 고르고,
타이밍을 맞추고,
상대가 듣고 싶어 할 것을 준비하지.
하지만 말은
그 순간이 지나면, 기억이 흐려.
말은 흘러가고
감정은 뒤에 남지
형은 어떤 사람의 말을
자세히는 기억 못 해도,
그 말투의 '느낌'은 기억나더라.
그리고 때로는
말이 많을수록, 오히려 중심이 보이지 않기도 해.
침묵은 어렵지.
당황스럽고, 오해받기 쉽고,
불편해 보여.
하지만 침묵에는
말로 다 담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이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미안해, 근데 말이 안 나와”
“그저 함께 있고 싶어”
이건
말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담은 말이야.
형은 진심이 느껴졌던 순간을 떠올리면
항상 침묵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그 사람의 시선, 숨, 망설임.
그게 말보다 진심이었어.
형이 보기엔
말과 침묵은 도구가 아니라
태도야.
내가 진짜로 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해야 해
하지만 진짜로 함께 있고 싶다면, 말하지 않아도 돼
말은 문을 열고,
침묵은 그 안에 오래 머물게 해.
그리고 둘 중 더 어려운 건
말하지 않고 버티는 용기야.
형은 이제
말을 줄이는 연습을 해.
예쁜 말보다
함께 있는 시간의 온도가 더 오래 남더라.
싸움 후 말없이 내미는 손,
아무 말 없이 마주 보는 저녁 식사.
그게 더 깊고, 오래 남아.
지금 너는
무엇을 말하고 있니?
그리고,
무엇은 말하지 않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