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진 않았지만, 상상할 수 있었기에 울 수 있었다
형은 예전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을 믿었어.
실제로 겪어봐야만
진짜 감정이 생기고,
진짜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누군가가 아픔을 이야기할 때
“나도 그런 적 있어”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어.
그런데 요즘은
꼭 겪지 않아도,
어떤 마음은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걸 느껴.
그건 바로 상상의 힘이야.
경험은 강해.
몸으로 겪은 건
생각보다 훨씬 오래 남아.
실패의 수치심,
헤어진 날의 공기,
밤새 뒤척인 감정.
이건 말이나 글로 배울 수 없지.
형도
처음 부모가 되어보니
그제야
부모님의 말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어.
경험은 ‘아, 이래서 그랬구나’라는 걸
진짜로 알게 해.
하지만 경험은 한계가 있어.
모든 걸 직접 겪을 수는 없으니까.
형은 요즘
소설을 더 자주 읽어.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을
문장 안에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의 감정에 울컥해.
전쟁터에 있지 않아도
장애를 겪지 않아도
여성으로 살아보지 않아도
상상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 있어.
상상은 ‘가짜’가 아니야.
상상은 공감의 시작이야.
타인의 고통에
자리를 비워두는 것,
그게 진짜 상상력의 목적이야.
형이 보기엔
경험과 상상은 대립이 아니야.
사실은 서로를 보완하는 두 날개야.
경험은 진짜를 남기고
상상은 진짜로 다가가게 해
경험은 나를 더 깊게 만들고
상상은 남에게 다정하게 만든다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그 사람의 감정에 다가가려는 마음,
그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상상력 같아.
형은 이제
누군가의 아픔을 들을 때
내가 겪은 걸 꺼내지 않아.
대신 이렇게 말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 마음, 상상은 해봤어.”
그 말이
경험보다 따뜻할 때가 있어.
지금 너는
얼마나 겪고 있니?
그리고,
얼마나 상상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