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 SPSS는 돌렸는데 내가 뭘 돌렸는지는 몰랐다

(분석보다 정리가 더 무서운 순간)

by 라이브러리 파파

그날은 통계를 열심히 돌렸어.
t검정도 하고, 상관도 보고,
회귀분석에 ANOVA까지 전부.

출력물은 한 무더기.
결과표가 책처럼 쌓였지.


근데 말이야,
그걸 펼쳐놓고 나서
나는 멈췄어.


왜냐고?

뭘 돌렸는지,
내가 전혀 기억이 안 났거든.


분명히 독립변수를 지정했고,
종속변수도 눌렀고,
옵션도 체크했어.


근데 그게 어떤 분석이었는지
정리를 안 해놔서,
아무도, 아니 나조차 몰랐던 거야.


형이 그때 느낀 감정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거야.

“돌린 건 나인데,
결과는 남 같았다.”


SPSS는 순식간에 결과를 내.
1초 만에 표가 뚝하고 떨어지거든.
근데 그게 끝이 아니야.


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왜 돌렸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


그날 이후 형은
무조건 출력 전에
이걸 메모했어.

목적: ○○○를 검정하기 위해

독립변수: A

종속변수: B

분석방법: 단순선형회귀

기대한 방향: (+)

결과 요약: p <. 05, 설명력 낮음


이걸 표 옆에 메모하거나,
아예 텍스트 파일로 따로 정리했지.

형이 말해줄게.


SPSS는 좋은 하인이고,
아주 나쁜 주인이야.

기계한테 시킨 대로만 돌리면,
책임도 너한테 있어.

(이건 GPT 마찬가지야.)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거야.

정리되지 않은 결과는
아무 말도 못 한다.

아무리 p값이 멋져도
그게 왜 나왔는지,

무엇을 비교했는지 모르면
그건 그냥 숫자일 뿐이야.

형은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야
‘통계분석은 정리 싸움’이라는 걸 알았어.


돌리기 전에 생각하고,
돌리는 중에 기록하고,
돌리고 나서 정리해.


이 3단계가 없으면
너는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교수님이
“이건 어떤 분석이에요?”


하고 물었을 때,

“... 아, 그게... 아마도 회귀였던 것 같긴 한데…”

이런 말이 나오는 순간,
수업 분위기 싸해진다.


형도 경험했어.

그러니까 너는
절대 결과표만 믿지 마.


분석은 기억이 아니라 기록으로 남겨야 해.

이제 진짜
통계를 돌리는 게 아니라,
이해하면서 다룰 수 있게 되는 거야.

정리된 분석은
논문이 되고,
정리되지 않은 분석은 그냥 출력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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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justed R²는 왜 따로 있을까
설명력도 허세를 버려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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