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선은 편리함일까, 거리감일까
형은 요즘
에어팟을 거의 하루 종일 귀에 꽂고 산다.
음악을 듣고
전화를 받고
아무 말 없이 조용한 시간을 만든다
선은 없고,
걸리는 것도 없고,
그저 ‘연결된 듯’ 편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까워졌는데, 멀어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에어팟 – 속도의 자유, 감각의 거리
에어팟은
형에게 ‘빠름’과 ‘가벼움’을 준다.
블루투스는 즉시 연결되고
주머니 속 선은 필요 없고
귀에 꽂은 채로 일하고, 걷고, 대화한다
편리하다.
하지만 그만큼
소리의 물리적 ‘거리감’도 사라진다.
형은 스스로를
더 자유롭게 느끼지만,
어쩐지 세상과 조금씩 단절된 느낌도 받는다.
유선이어폰 – 불편함 안에 남아 있는 감정
반면 유선이어폰을 사용할 때
형은 자꾸만 ‘닿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손에 감기는 선
주머니에서 꺼내야 하는 번거로움
단자를 꽂는 물리적인 연결감
이 불편함은
오히려 내가 무엇에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자극한다.
줄이 있으니
멀어지지 않는다.
물리적인 거리감이
형의 마음까지 함께 붙잡아주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래서 너는 지금, 무엇과 연결되어 있니?
형이 보기엔
에어팟과 유선이어폰의 차이는
기능보다 ‘관계에 대한 태도’에 더 가깝다.
선을 끊고 싶은 날도 있고
다시 이어 붙이고 싶은 날도 있다
편리함이 전부가 아닐 수 있고,
불편함 속에 더 많은 감정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형의 마지막 한 마디
형은 어느 날,
유선이어폰을 다시 꺼냈다.
꼬인 선을 풀고,
잭을 꽂고,
그제야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느꼈다.
“이건 듣는다는 느낌보다
닿는다는 감정에 더 가까워.”
너는 지금,
무엇을 듣고 있어?
그리고
그건 너를 누구와 이어주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