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이 중요한가, 지나가는 풍경이 중요한가
형은 비행기를 타면
늘 창밖을 한 번만 보고,
그 다음엔 눈을 감는다.
목적지까지의 거리
비행 시간
착륙 시각
이 모든 게 이미 정해져 있다.
그 속에서 형은
‘언제 도착할까’를 계산하는 사람처럼 앉아 있다.
하지만 기차를 타면,
형은 창밖을 계속 본다.
사라지는 풍경
스쳐가는 간이역
익숙한 듯 낯선 이름들
기차 안의 형은
‘어디에 가고 있는지’보다
‘무엇이 지나가고 있는지’를 더 많이 생각한다.
비행기는
‘빠름’을 위해 많은 것을 생략한다.
경유 없이 직행
바깥과 단절된 고도
준비된 기내식과 시스템
모든 것이 효율적이고,
최대한 ‘덜 움직이며’ 도착에 집중한다.
형에게 비행기는
계획대로 흘러가야 하는 인생의 축소판 같다.
공항에서 줄을 서고,
좌석을 찾고,
한 번에 한 장소로 점프하듯 이동하는 여정.
기차는
‘흐름’을 따라간다.
풍경이 있는 거리
변하는 시간의 감각
창밖이 말을 거는 듯한 여행
기차 안에서는
형의 마음도 함께 이동하는 느낌이다.
누구와 탔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은 도착보다 그 사이의 시간에 있다.
형이 보기엔
비행기와 기차의 차이는
시간을 단축하느냐, 감각을 늘이느냐에 있다.
빠름이 필요할 때도 있고,
천천히 흐름을 느껴야 할 때도 있다.
너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어?
형은 이제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시외로 나가고 싶어진다.
삶이 너무 빨라질 때,
기차가 주는 느린 움직임이
형의 마음을 다시 정돈해준다.
도착이 전부는 아니야.
가끔은 그 길 위에서
형이 누구였는지를 떠올리는 시간이
더 중요하더라.
너는 지금,
‘도착’을 향해 가고 있어?
아니면
‘흐름’을 타고 있는 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