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은 나를 숨기고, 낯섦은 나를 드러낸다
형은 요즘
낯선 도시를 걷는 걸 좋아한다.
길을 헤매고
표지판을 읽고
처음 만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친다
익숙한 길이 주지 못하는 감각이
낯선 곳엔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르는 동네를 걸을수록
진짜 ‘나’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낯선 곳에서는
형이 늘 하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길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고
언어조차 조심스럽다.
그래서 더 ‘주의 깊게’ 나를 꺼낸다.
다시 생각하고
다시 표현하고
다시 선택한다.
그 낯섦은
형에게 새로운 감각을 준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순간
형은 오히려 가장 ‘나’다워진다.
반면 익숙한 공간에선
형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형다움이 남아 있다.
익숙한 향기
자주 앉는 의자
습관처럼 켜는 불빛
이 모든 것들이
형을 지켜준다.
낯선 곳이 형을 흔들어 깨어나게 한다면,
익숙한 곳은
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준다.
그래서 너는 지금, 어디에 머무르고 있니?
형이 보기엔
낯섦과 익숙함의 차이는
장소보다 ‘나를 대하는 태도’에 더 가깝다.
때로는 낯선 곳에서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고,
때로는 익숙한 곳에서
지쳐버린 나를 다시 다독인다.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 가며
나를 회복하고, 갱신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형은 어느 날,
익숙한 집을 나와
낯선 동네의 작은 카페에 앉았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중얼거렸다.
“내가 누구였는지,
익숙한 곳에서는 너무 익숙해서 잊고 있었어.”
너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어?
그곳은
너를 다시 꺼내주는 곳이야?
아니면 너를 다시 감싸주는 곳이야?